소비자단체도 “상식적 수준 발표” 선긋기…“적정 섭취량 등 정보 제공 우선” 여론

농식품부 “소비동향 모니터링·백색육 소비 증가 전망”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은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축산 관련 단체 및 소비자 단체는 국제암연구소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식품이란 것이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상식적 수준의 발표라는 입장이다.

이에 축산물 소비 위축을 우려한 섣부른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합리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외 농무관 등을 통해 국제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육가공품 판매량 추이나 생산자 및 소비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는 10월 26일(현지시간)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과학적으로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물질)로, 적색육은 2A군 발암물질(충분하지는 않으나 상당한 근거가 있는 물질)로 지정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매일 가공육을 50g 이상 섭취하는 경우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18% 증가하며, 적색육의 경우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매일 100g 이상 섭취 시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17% 증가한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가자 육가공품의 소비가 급감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표 내용 보도 이후 대형마트 등에서의 육가공품의 소비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제2축산회관에서 축산 관련 단체 및 소비자 단체와 함께 긴급 간담회를 갖고 국제암연구소의 이번 발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선 ‘발 빠른 대응을 통해 급한 불부터 꺼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대다수 참석자들은 국제암연구소의 발표는 상식적 수준이며 요리 방법 등 여러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과잉 대응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공육이 포함된 1군 발암물질에는 자외선 등이 포함돼 있고, 2A군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튀김 등도 포함돼 있었다”며 “자외선이 1군 발암물질에 포함돼 있다고 우리가 햇볕을 쐬지 않을 수 없는데 가공육이 1군 물질로 분류됐으니 먹지마란 식으로 보도가 되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먹는 식품이란 것은 어쨌든 많이 섭취하게 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양면성이 있다”며 “이번 발표에 대응해 ‘우리 축산물은 안전합니다’라는 식의 대응보다는 어느 정도를 섭취하면 좋은 것인지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소비자단체 관계자도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또 가공육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또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면서 “소비자단체도 이 문제를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별다른 대응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 축산물 소비량을 고려할 때 이번 발표 내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 다만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어느 정도의 양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 가이드라인을 정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현재 해외에 있는 농무관에게 공문을 발송해 구체적인 동향을 파악해 달라고 지침을 준 상태”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촉발되면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발표로 백색육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을 포함해 소비동향 등을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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