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촌여성문학 제20집 출판기념식 및 문학세미나’가 지난 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5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이날 기념식에는 시화전과 문학강의, 시·수필 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새벽 밥 해놓은 촌 새댁
갓 뒤집기 하는 첫 아이 들쳐 업고
한 시간 걸어
하루 네 번 다니는 첫 완행버스에
꿈을 실었네

직행버스를 갈아타고 터미널에 내려
심봉사 한양 가듯
더듬거리며 찾아간 곳
한 마음 된 생면부지 촌 아낙들
따뜻한 눈빛, 거친 손 마주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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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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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던 아기가 성년이 되는 사이
들꽃처럼 살아온 이십 년 세월
빈 들판에서 흔들린 적 많았지만
그래도 꿈같은 세월 있었네
손 잡아주던 따뜻한 눈빛 있어
외롭지 않았네

백계순 ‘들꽃세상’(농어촌여성문학 제20집 수록)
 

 

1991년.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을 사랑하는 농어촌주부들 모이세요’란 단신기사로 시작된 (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가 벌써 스무 번째 작품집을 내놨다. 이번 작품집에는 시와 수필은 물론 동화와 단편소설까지 농어촌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100여 편의 문학작품이 수록됐다.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는 지난 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농어촌여성문학 제20집 출판기념식 및 문학세미나’를 개최하고, 스무 번째 작품집 출간을 자축했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기념식에선 50여명의 문학회원들이 시화전을 직접 꾸미고, 작품집에 수록된 자작시와 수필을 낭송하면서 올 한해 정성껏 지은 글농사를 뽐내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농어촌여성문학회는 ‘교정평’을 통해 날카로운 자아비판도 잊지 않았다. 서정성에 비해 농어촌의 어려움이나 애환을 담아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문학회가 될 것을 다짐했다.

문학회의 스승인 수필가 반숙자 선생의 ‘글쓰기와 작가라는 이름’의 문학강의는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반 선생은 문학의 창조를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창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과감하게 통념과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수필창작의 요건들을 구체적으로 짚어 문학회원들이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윤경 농어촌문학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우리 문학회는 삶의 터전이 전국 방방곡곡 도처에 흩어져 있는 촌부들이 참 끈질기게 이어온 단체라고 자부한다”며 “글쓰기는 농업인의 가슴앓이를 치유하는 의사이며 동반자이며 삶의 한 부분으로, 농업이 고단할수록 우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담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 사장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작품집을 지속적으로 내고 기념회를 하는 힘과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농어촌여성문학회가 농어촌의 또 다른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문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수필가 김수자 선생은 “스무 번째 작품집을 출간한 문학회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문학회의 가장 중요한 구심점은 글쓰기라는 점을 잊지 말고 많이 읽고, 쓰고, 사색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튿날에는 임진각 통일전망대에서 문학기행이 진행됐다. 문학회원들은 통일전망대를 주제로 작품을 한편씩 쓰고 합평을 하며 문학기행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기념식 첫날 열린 총회에선 김미선 현 사무국장이 신임회장으로 선출됐고, 연회비 인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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