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필름·파이프 등 인상 움직임…시설원예농가 부담 가중

최근 농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된 가운데 농업용 필름(하우스 비닐)과 파이프 등 농자재 가격마저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6.4% 인상된 데 따른 것인데, 가뜩이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름에 빠져있는 시설원예농가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농협 계통구매 계약을 앞두고 농업용 필름업체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계통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닐을 만드는 제조과정이 100% 전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농업용 필름업계 관계자는 “비닐 제조과정이 모두 전기로 이뤄지고, 특히 원재료가 150℃ 정도에서 녹기 때문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많이 소요된다”며 “원재료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5~7% 정도의 계통단가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수기인 농업용 파이프의 경우 계통계약 체결이 내년 3월로 예정돼 있고, 무엇보다 파이프 원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스코가 아직은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전기료 인상을 근거로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철근 가격을 톤당 73만원에서 76만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언제든지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국내에서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로, 지난해 포스코의 전기요금은 6785억원에 달한다.

농업용 파이프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를 제조할 때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 보다는 파이프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등 원자재 값이 오르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초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포스코에서도 철강가격을 올리면 파이프 계통단가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 필름과 파이프 등 시설원예자재의 가격인상은 시설원예농가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번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계절별·시간대별로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 겨울철 및 야간에 전기 사용이 많은 시설원예농가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통구매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현재 전기료 인상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통단가 인상폭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노leekn@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