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출범 이후 농업분야의 통상마찰 중 한·중 마늘 분쟁처럼 파란도 많고 국민적 관심사항으로 크게 부각된 것도 없다고 본다.우리나라 전체농가의 1/3수준인 42만 농가의 소득과 직결된 마늘산업이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UR 협상후 신선 마늘을 400%의 고율 관세로 개방했으나 중국산 마늘의 저가공세로 수입이 크게 증가했으며 30%의 저율관세인 냉동 마늘 수입 역시 급증한데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1999년 9월 농협에서 산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산업피해 구제를 신청 건의, 재정경제부는 2002년 말까지 3년 동안 긴급관세 부과를 결정하였다.○농가 ‘정부 마늘대책’ 불신 고조그러나 지난 7월 농협이 긴급 수입제한조치 연장을 위해 무역위원회에 국내 마늘 산업피해조사를 신청을 했으나 무역위원회는 내년부터 5개년 동안 1조8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정부의 ‘마늘산업 종합대책’이 마늘재배농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된다는 이유를 들어 마늘산업 피해조사 신청을 기각, 마늘재배농가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농림부는 마늘산업종합대책에 대한 현지 의견 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마늘 재배 농가들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해 설명회 자체가 무산되거나 파행으로 그쳐 마늘대책 추진에 많은 어려움과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WTO무역협상에 대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진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가 마늘 대책과 관련,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이는 지난 6월 전농에 이어 최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쌀 대책 등 주요 농정현안에 대한 농특위의 불만을 표출하고 탈퇴를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농특위의 설치 목적은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에 대비하여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농어업·농어촌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과 그 실천 계획을 제시하는 데 있다. 마늘대책은 WTO무역협상과 관련하여 빚어진 문제이며 1조8000억원이나 투입되는 계획인데도 불구하고 농특위에서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실효성 검증…대안제시 나서야따라서 농특위에서는 그동안 추진한 마늘 종구 개량사업을 비롯해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기계화, 마늘유통센터 설치 운영, 수급 및 가격안정사업 등의 실적과 성과를 연계한 종합대책의 실현성 여부와 마늘 농가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을 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 평가 해봤어야 한다. 마늘농가들이 실제 도움이 안 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1조8000억원이라는 돈이 허수가 아닌, 진정 농가소득 보장이 될만한 곳에 쓰여지는 지도 따져 보고, ‘소경 제닭 잡아먹기’이 되지 않도록 정부 일반예산이 보다 더 투입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마늘을 수입케 하여 득을 보는 유화업체나 휴대전화제조업체에서도 국익을 위해 희생양이 된 마늘재배 농민을 위해 고통 분담에 동참하도록 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특위는 경제 부총리를 비롯한 예산처와 통상당국 등 6개 부처 장관과 소비자와 시민단체, 학계와 전문가들의 참여로 구성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범정부·범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각계가 망라된 농특위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농림부가 내놓은 마늘산업종합대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마늘 재배농가들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여 농특위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역할과 성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농정 현안에 대한 의례적인 심의·의결기구에 머물러서는 농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존속 가치가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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