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새벽공기가 커튼 사이로 들어와 온 집안을 가득 채운다. 연일 이어지는 장마가 사람의 마음까지 흐리게 하더니 오늘은 하늘이 푸른 모습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제발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날씨가 맑은 때문일까. 여느 때 같으면 아직은 새벽잠을 잘 시간인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송아지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언제 들어도 정겨운 소리…. 구이마다 여물을 가득 담아주었다. 서로 더 먹으려고 밀치고 밀리며 먹는 경쟁이 심하다. 다 먹으면 더 줄텐데. 몇 년을 비워두었던 축사에 얼마 전에 송아지 여섯 마리를 새로 입식했다. 20년을 쭉 소를 키워왔었는데 지난번 소값 파동 때 소를 다 팔아버린 후로는 여지껏 축사를 비워 둔 채로 있었다. 그 때는 소값이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한없이 내려가더니 그 후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요즘은 송아지 값이 전에 큰 소값 만큼이나 올랐다. 계속 사육했으면 손해보지 않았을걸 하는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순간의 이익에만 집착했던 자신의 얄팍한 이기주의에 후회도 남는다. 그 후론 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온갖 잡다한 것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마음으론 빨리 사야 하는데 하면서도 너무 오른 송아지값에 살 엄두를 못내고 차일피일 하다 시간만 보내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그래서 얼마 전에 큰 맘 먹고 송아지 여섯 마리를 사왔다. 그렇게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비워둔 축사가 될 것 같아서…. 송아지를 사 온 뒤로는 생활에 활기가 돈다. 비워둔 축사에 소들이 다니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흐뭇하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가장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게 아닐까. 나는 송아지를 바라보면 하루의 짜증도 즐거움으로 바뀐다. 비록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무언의 대화를 하지만, 그 대화 속에서 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공들여 아끼는 만큼 따르기에. 전에 비하면 적은 마리수지만,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잘 키울 것이다. 그래서 먼 훗날 대 농장주의 꿈도 꾸면서, 이렇게 꿈을 꾸고 살 수 있는 곳. 도시의 찌든 공해보다 청정한 공기가 좋고, 온갖 자동차의 소음공해보다 늘 정겹게 울어대는 송아지 울음소리가 좋고, 열심히 지어 놓은 곡식을 거둬들이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와 좋다. 그러기에 난 오늘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송아지를 바라보며 내 꿈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래서 훗날 그 꿈과 희망의 싹을 틔울 때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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