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의 8월이면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작렬하는 태양 아래 농작물이 풍성한 열매를 맺는 때이다. 그러나 올해는 8월 들어 보름간 계속해서 내린 비로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으며, 남부지방의 일부는 열흘 이상 물에 잠겨 그 피해가 극심하다.○기상이변은 전 지구적 현상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있는 일이지만 이번 재해도 천재냐 인재냐 하는 책임공방이 뜨겁다. 자연재해는 대부분 사람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재해 발생이 충분히 예견되었는데도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인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피해복구를 서두르고 동원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최근 자연재해 발생 양상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재해발생의 시기나 지역 및 피해정도가 지금까지의 패턴과 매우 다르다. 지난해에는 겨울철의 폭설과 강추위, 봄철 대가뭄과 여름철의 우박으로 농작물과 농업시설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봄가뭄도 없고 장마도 없이 잘 지나가는가 싶더니 때아닌 장마로 전국적인 물난리를 겪었다. 이번 8월 장마도 근래에 없던 이변이다. 이러한 기상이변 현상은 전지구적인데, 주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가뭄으로 고생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폭우로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인도는 국내에서조차 재해 양상이 다양해 일부 지역에선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받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하기도 한다. 또한, 유럽에서는 150년만의 물난리를 겪고 당사국들이 공동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홍수정상회담’까지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이달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기후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적 사전 예방대책 수립국내적으로도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행 재해대책의 전면적인 재점검을 통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의 각종 재해 대책들은 통상적인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사전예방대책의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제방은 튼튼한지, 관·배수시설의 능력은 충분한지, 각종 농업시설이나 축사 등은 태풍이나 폭설에 견딜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농자재 생산업체에서도 이상 기상을 감안해 각종 농자재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마다 치밀한 사전점검과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올해 무사히 지나갔다고 해서 내년에도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사전대비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재해 보상 현실화 서둘러야철저한 사전대책에도 불구하고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재해지원의 근거가 되고 있는 자연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을 현실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공제를 확대하는 한편, 그 동안 행정자치부에서 검토한 자연재해보험의 도입도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아무튼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이재민들의 삶의 터전이 하루빨리 복구되고, 다시는 이번과 같은 재해를 입지 않도록 종합적인 재해대비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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