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조합연합회'가 필요한 이유최근 농협과 관련한 뜨거운 감자라면 품목조합연합회의 결성 움직임인 것 같다. 과수계 조합중에서 사과·배조합이, 축산계열중에서 양돈조합이 이 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해 7월에 통과된 통합농협법에서는 품목조합 연합회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무르익어 간다. 까다로운 설립 조건·운송비 등 문제그러나 속내를 들어다 보면 품목조합연합회의 결성이 그렇게 말처럼 간단치가 않다. 우선 현실적으로 새로운 연합회를 만들었을 경우 그것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추렴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품목조합들이 생존하기도 어려운 판에 연합회 운영비까지 부담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연합회가 생기면 기존의 농협중앙회와 업무가 중복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단위조합의 입장에서는 ‘세 지붕 한가족’ 꼴이 될 것이고 중앙회의 입장에서는 영역침범의 문제를 우려한 것이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품목조합연합회의 성립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회원 수는 5개 조합이상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전체의 3분지2이상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은 농림부장관의 허가 사항이다. 아무리 설립조건에 부합한다하더라도 농림부가 “노우(NO)”하면 그만이다. 농업구조 품목별 전문화 추세 뚜렷이처럼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은 겉으론 그럴듯해도 내면적으로는 이해당사자들의 손익이 걸려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려운 일을 왜 추진하려고 저 야단들인가? 그것은 지금 체제하에서는 품목조합의 전문화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나라 농업은 주작목을 쌀로 하고 여기에 축산, 원예, 인삼등 부 작목으로 보완된 복합영농체제가 주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비농업 부분의 전문화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 나라 농업은 품목별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데 농가 수는 1996년에 1,480천호이던 것이 2000년에는 1,380천호로 줄어들었으나, 전업 농가 수는 같은 기간 중 836천호에서 878천호로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과수, 채소, 화훼, 축산, 인삼 등 품목별 전문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의 품목 조합수는 과수, 채소, 화훼 등 원예계 조합이 45개 조합, 낙농, 양돈, 양계, 양봉 등 축산계 조합이 46개 조합, 인삼조합이 14개 조합, 도합 105개 조합이 있다. 또한 이들 품목조합 조합원수는 축산계가 21,774명, 원예계가 76,809명, 인삼계가 23,000명으로 도합 12만명이 넘는다. 농협중앙회, 시대적 요구 외면 말아야이러한 농업인을 조합원으로 하고 있는 품목조합과 그들을 회원으로 삼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날로 전문화되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아직은 능력이 없다하더라도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가? 이러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가 스스로 농업의 전문화 추세에 맞춰 조직을 개편, 전문 품목별 회원조합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는 노력을 하든지 아니면 농협중앙회가 스스로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에 앞장서든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선 급한 대로 양계, 양돈 수급안정위원회라도 제대로 가동한다면 품목조합의 기대에 다소나마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 줄다리기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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