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임 농업전남 진도군 지산면 마사리 116추운 날씨 핑계로 이불 속에서 늑장을 피우다 또 두 딸의 유치원길이 바쁘기만 하다.유치원 버스를 타기 위해 아래 찻길로 내려가니 부지런한 강 할머니께서는 벌써 큰 동이에 하나 가득 배추를 절여 놓으셨다.“어머, 김장을 이렇게나 많이 하세요”하고 묻자 “아니, 김장이 아니구 그냥 담는 거야” 하신다. 옆에 서서 누나들을 태운 차에 대고 손을 흔드는 아들 녀석에게 “아이구, 우리 장군이 누나들 배웅 나왔구먼!” “우리 장군이, 할머니가 까까 줄까?”하며 예뻐하시니 아들 녀석 할머니를 안따를 리 없다.“그럼 할머니 집에 자주 와야 돼. 할머니가 간밤에 죽었는가, 안죽었는가 와 봐야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하며 양쪽 호주머니가 사탕으로 불룩해져 집으로 올라왔다.정말 외진 곳에 사시는 분들은 언제 소리 없이 돌아가신다 해도 모를 일이다.실상 우리 부락만해도 20여 가구 중 거의 10여 가구가 독거 노인이다. 그 외에도 부모가 없거나 엄마, 아빠 한 쪽만 있는 결손 가정이 많다 보니 형편들이 모두 그만 그만하다.그중 제일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아이가 하나 있다.초등학교 6학년인 동민이는 갓난아이일 때 엄마가 가출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늘 술 속에서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이 세상에 술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동민이가 5살 때 유치원 선생님께 한 말이라고 한다. 어디 다섯 살 짜리 아이 입에서 나올 말인가? 머리도 좋고 노래,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긴 동민이만 보면 늘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음에만 그쳤지 난 동민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저녁 무렵 칠순이 다 되신 강 할머니께서 짐 나르는 수레를 끌고 약 20여분 거리에 있는 동민이네 집으로 향하셨다.아침에 담근 배추김치, 무김치를 동민이네 집에 놓고 나오시는 칠순의 할머니 앞에 내 자신이 부끄럽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유치원에 갔다온 딸이 생일파티때 할 것이라며 머리 속에 외운 말들을 읊조린다. “사랑은 사랑은 엄마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구요. 사랑은 사랑은 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이에요. 사랑은 주면서도 받을 생각 안하는 엄마 마음 같은 거래요.” 오늘 저녁 동민이가 차린 밥상 위에는 칠순의 할머니가 전해 준 엄마 마음이 놓여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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