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송암 김동희 선생 회고록’ 출판기념회

김동희 지음 | 한국농어민신문사

송암 김동희 선생은 현대 농정학의 선구자이다. 지난해부터 송암의 회고록 발간을 준비해 오던 한국농어민신문은 지난 8월 송암의 타계 이후 장녀인 김성례 서강대 교수와 함께 발간작업을 마무리 하고 오는 11월17일 오후 5시30분 서강대학교 동문회관 2층에서 ‘송암 김동희 선생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송암은 일제 지배와 6·25 전쟁으로 나라가 피폐하고 우리 농업이 아직은 전 근대성을 면치 못할 때 농업경제 연구에 뛰어들어 한국농업의 발전을 위한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일제시대 전시동원을 위한 농업개량이 아닌 민주적 농촌지도론(농사교도론)을 정립하고, 국립농업경제연구소(소장)에 이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설립해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고 체계적인 농정연구의 기틀을 닦았다.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는 “김 교수님 저작들은 이 나라 농촌지도론의 고전이며, 그의 노작을 읽지 않고 농촌지도는 있을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면서 “그의 농촌지도론은 민주적으로, 자주적으로 농민들의 동력을 끌어내어야 한다는 게 요체”라고 말한다. 송암은 50년대 전남대 전임강사 시절부터 4-H 운동을 지도했고, 농사원 계획과장으로 근무하면서 1961년 민주적 교육사업인 농촌지도사업을 일제시대와 같은 일반 행정기관 주도의 농림부 내국화 체제로 일원화하려는 농림부에 맞서 시험연구와 기술보급지도를 한 조직에 통합한 농촌진흥청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이것이 송암의 첫 번째 업적이다.

두 번째 업적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립이다. 그는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연구소장, 농수산부 농업경제연구소장, 농수산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면서 11년 동안 노력해 1978년 4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재단법인으로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초대 부원장을 맡아 역동성있는 연구기관으로서 토대를 확립했다. “기존의 국립농업경제연구소를 확대 개편하여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창립한 것은 당시 농림부 기획관리실장이었던 송암 선생님의 창의와 노력의 결실이었다(성배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회고록에는 송암의 학문적 궤적 외에도 ‘근검절약’ ‘선공후사’ ‘초지일관’하면서도 ‘멋쟁이 로맨시스트’였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난다. “아버지는 종이를 아끼셨는데, 그것이 노트이든 광고봉투이든 절대로 버리지 않고 이면지로 활용하셨다…여백있는 생활을 강조한 아버지의 애장 목록 1호는 독일산 라이카 사진기였다. 클래식과 재즈를 향유했던 아버지는 물질적인 부요보다 정서적인 멋을 추구하는 진정한 멋쟁이셨다(맏딸 김성례 서강대 교수).” 이런 삶의 자세는 농업경영연구소장을 지내다 나이 40세 만학도로서 미국 하와이대 유학길에 올라 10여년 연하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오호성 성균관대 교수 등과 공부하던 시절의 회고담에서도 볼 수 있다. “공부에서는 그렇게 앞장서고, 철학과 국정을 논하면 고담준론을 줄줄 토해내던 선생은 세일 중인 전자전문점에 내가 강제로 끌고 가서 고작 45달러짜리 선풍기를 한 대 쇼핑한 것이 박사과정 2년 반 동안 구매한 것의 전부”라고 김성훈 전 장관은 전한다.

송암은 농경연 부원장을 지내고 단국대학교 교수로 옮긴 뒤에는 농산물 유통, 협동조합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 무차별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대열에서 농민·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교수 시절 송암은 성천 유달영 선생과 함께 농산물 유통을 개혁하고자 한국농축수산유통연구원 원장을 맡았고, 한국농어민신문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송암은 은퇴 후에도 농업계 원로로서 농업발전을 위한 발언을 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평생의 업적을 담은 회고록을 집필하던 중 지난 8월31일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회고록은 송암의 인생과 철학, 지인들의 회고, 송암의 연구성과가 담긴 논문 및 연구보고서, 언론 기고 및 칼럼을 모아 각 850쪽 이상, 총 1700여쪽의 분량을 양장본 2권으로 엮었다. 또 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농업 및 농업정책의 실상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함께 송암의 지인들을 통해 그의 업적과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의 농업, 농민, 농촌을 위해 평생 한 길을 걸었고, 초지일관 자기 혁신과 선공후사의 윤리적 실천으로 살았던 송암 김동희 선생의 삶에서 우리는 진정한 선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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