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지금 고향에 머물고 있겠지요? 부모님께 선물도 드리고, 고향 친구들과 그동안의 회포도 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추석이란 우리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명절이지요. 전 국민의 대다수가 고향을 가기에 추석이면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가 매진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민족대이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뉴스에선 이번 추석을 맞아 귀성하는 예상 이동 인원이 4949만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8년래 가장 많은 인원이라 하네요. 이번 추석은 샌드위치 휴일을 합쳐 최장 9일까지 긴 연휴가 이어져 귀성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비행기표 역시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무슨 이야기로 화제를 삼고 있나요? 오랜만에 만난 혈육과 친척들 간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재미와 고민, 정치·경제 이야기, 만날 때 마다 하나씩 늘어가는 주름에 탄식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인생 뭐 있겠습니까? 답답한 현실은 한 때나마 잊고 고향산천, 부모님의 품 안에서 쉬는 그 순간이 행복이지요.

김 형.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올 추석에는 조금 더 농촌 현실을 관심 있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김 형이 서울에 올라 온 지 오래 되었고, 지금은 나름 성공을 해서 서울에서 삶을 꾸리고 있어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제 말씀은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해 달라는 겁니다. 농촌을 이대로 둘 것인지요.

익히 보았듯 고향의 농사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작년 말부터 올 봄까지 저온현상과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채소는 물론 노지작물까지 절단이 났고, 여름엔 폭염으로 채소가 썩거나 녹아버려서 절반 건지기도 어려운데, 잇따른 태풍으로 과실이 떨어져 과수원에서 썩고 있습니다.

김 형도 농촌 출신이라 잘 아시겠지만, 농민들이 재해를 한 번 입으면 얼마나 어려운 처지가 되는지 아시지요? 쥐꼬리만 한 구호비 말고는 특별한 지원이 없어 빚더미에 오른다는 걸. 그나마 믿을 것은 쌀 정도이지만 올해는 날씨 탓에 벼농사도 큰 타격을 입을 듯 합니다. 더욱이 지금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매년 하던 대북지원도 끊어져 농협 창고마다 재고가 넘쳐나고, 수확을 앞두고 쌀값이 아주 좋지 않답니다. 게다가 미국이니 중국이니 농업 강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다고 정부가 저리 서둘러 대니 어디 농민들이 숨이나 쉬겠습니까?    

태풍 얘기 하다보니 북한도 요즘 수해로 아주 힘들다고 합니다. 북한은 식량이 부족해 쩔쩔매는데, 남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사료로 쓴다는 말이 나오면서 농민은 또 피해를 본다면, 같은 동포의 시각으로서도 못할 짓이고, 국제적으로도 비웃음거리 아닐까요? 지난 2000년~2007년까지 매년 30만~50만톤을 지원할 때는 북한도 좋고, 우리도 나름 벼농사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렸습니다. 북한과 풀어야 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바로 재개해야 합니다.  

김 형. 서울 올라오면 소주 한 잔 합시다. 어차피 이 가을, 파아란 하늘은 우리 모두의 하늘 아닙니까. 보름달은 혼자 보기엔 아까운 달입니다. 함께 하는 세상이 쉬운건 아니지만, 오늘 보름달 만큼은 김 형과 같은 시선으로 보고 싶습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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