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성댁의 건강밥상

여행지에서 우리는 늘 그곳 사람들이 즐겨 가는 식당을 찾아 다닌다.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네팔 여행. 히말라야 산행을 마친 뒤 네팔의 주식인 달밧을 맛본 후 이번에는 번화가 뒷골목의 허름한 식당 스몰스타를 찾았다. 싸고 맛난 현지인 식당으로 이름난 이 집은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젊은이들과 나이 지긋한 이들이 섞여 앉아 조금은 고단해 보이지만 유쾌한 얼굴로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는 탁자 위에는 술잔 대신 작고 둥근 나무통이 놓여있다. 이 집이 자랑하는 뚱바, 네팔 산간지방에 살고 있는 셰르파 족의 민속주이다. 

뚱바를 마시는 방법은 특이하다. 작은 나무통에 담아 따끈한 물을 부어 차같이 우려내서 대롱으로 빨아 마신다. 잘 익은 뚱바는 여러 번 물을 부어 우려도 처음 맛 그대로이다.

뚱바는 꼬도로 빚는 곡주이다. 해발 1500m 고지에서도 자라는 꼬도는 우리네 기장과 비슷한데 색이 붉다. 셰르파 여인들은 임신을 하면 뚱바를 담근다 한다. 아기를 낳은 산모는 곧바로 뚱바를 마신다. 그뿐이랴, 젖꼭지에 뚱바를 묻혀 아기에게도 맛을 보인단다. 생일날 우리가 미역국을 먹듯 그이들은 뚱바를 마시며, 세상 떠나는 날에도 친구들은 망자를 위해 뚱바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등반 끝나고 베이스캠프에 내려오면 셰르파들은 조촐한 잔치를 준비하곤 했다. 몇 시간이나 걸리는 마을까지 내려가 구해 온 닭고기에 내가 좋아하는 뚱바도 빠뜨리지 않았다. 뚱바는 빚는 이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맛본 뚱바 중 제일 감칠맛 났던 것은 첫 히말라야에서였다.

아마다블람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 셰르파 옹추는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청해 마을잔치가 되었던 그 밤, 옹추는 뚱바는 물론 창에 락시까지 내왔다. 우리네 막걸리 같은 창은 뚱바를 물에 타서 거른 것이고 락시는 뚱바를 증류시킨 것이다. 히말라야 사람들이 술을 권하는 방식은 각별하다. 술 주전자를 든 채 앞에 딱 지켜 서서 어서 술을 마시라며 자유로운 한 손을 연신 흔드는데, 받은 사람이 술잔을 입에 댈 때까지 결코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날 나는 뚱바에 취하고 히말라야의 별과 달에 취하고 히말라야 사람들의 정다움에 취해 그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셰르파의 춤을 밤새도록 추었다.

앙성댁 강분석

앙성댁 강분석(52)씨는 1997년 봄 서울에서 충북 충주시 양성면으로 귀농, 지금은 경북 봉화로 이사해 귀농 12년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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