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성댁의 건강밥상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 산맥으로 유명한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히말라야를 꿈꿨을 것이다. 산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나도 오랫동안 꿈꾸었던 히말라야를 걷게 되었다.

돌아보면 오랜 숨바꼭질 끝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돈과 시간, 체력, 거기에 더해 히말라야 여신의 허락이 있어야만 이곳에 올 수 있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일하던 때는 시간이 없더니 시골에 오니 농한기의 긴 시간이 생긴 반면 돈이 없었다. 흐르는 세월에 체력은 점점 떨어져가고. 가나 안 가나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야, 쉰이 되던 해 우리는 첫 배낭을 꾸렸다.

히말라야는 전문 산악인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 약간의 산행 경력과 체력이 있다면 누구나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산간 오지에도 사람들이 살듯 히말라야에는 4000미터 너머까지 고산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산길을 걷는 것이 트레킹이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적은 히말라야에서는 빨리 걸을 수 없다. 느리게 걷기는 트레킹의 적인 고산병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루에 산 하나를 넘었건만 앞에 간 사람의 발 뒤꿈치 밖에 못 봤다는 우리의 산행과 달리, 히말라야 트레킹은 자연과 고산족들의 삶과 문화를 사색하면서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것이다. 조급함을 누르고 느리게 걸을 수 있다면, 그리고 달밧을 좋아할 수 있다면 누구나 히말라야에 들 수 있다.

달밧은 네팔의 주식으로 달은 녹두를 밧은 밥을 말한다. 찰기 없는 인디카 쌀로 지은 밥은 배가 쉽게 꺼져 양을 늘려 먹는 것이 좋다. 여기에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녹두로 만든 죽을 곁들인다. 따까리라는 야채 카레 볶음과 우리네 장아찌 같은 아짜르가 반찬으로 나오는데 네팔 사람들은 이것들을 모두 섞어 손으로 먹는다. 여기에 닭고기나 양고기를 추가할 수 있다.

산길을 걷다 쉬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소박한 여관 겸 식당인 롯지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달밧을 제일 좋아한다. 밥심으로 사는 농부라 그런 모양이다. 우리 밥과 네팔 달밧 덕분에 “농부 부부 원정대” 대장 남편은 7000 미터가 넘는 푸모리도 오르고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아마다블람도 올랐다. 대원인 나 또한 베이스캠프에서 마음으로 함께 올랐으니, 농부도 밥심만큼 힘이 세다.

양성댁 강분석
앙성댁 강분석(52)씨는 1997년 봄 서울에서 충북 충주시 양성면으로 귀농, 지금은 경북 봉화로 이사해 귀농 12년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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