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사람은 피를 보면 흥분을 한다. 특히 사랑하는 아이가 자주 코피를 흘리면 부모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인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한다. 이유를 모르니 두려움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코피를 흘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코를 후비는 경우이다. 손톱이 긴 상태에서 콧구멍에 손가락을 깊숙이 넣고 한바퀴 돌리다가 그만 약한 부분을 긁어 코피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코피를 흘릴 때 만약 손톱에 피가 묻어있다면 코 후비는 습관을 고치고, 손톱을 제때 깎도록 해야 한다.

자꾸 후빌 땐 알레르기 의심
주변 환경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폐·신장기능 저하 때문일 수도


그러나 그 이전에 아이가 왜 자꾸 코에 손을 집어넣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코 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코가 간질간질한 경우가 많아 코로 손이 자주 가게 된다. 이때는 코 알레르기부터 고쳐줘야 한다.

그런데 코를 후비는 것도 아닌데 코피를 흘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주변 환경이 지나치게 건조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공기가 건조하면 콧속도 건조해진다. 코 점막에 물기가 없으면 콧속이 마르고 갈라진다. 그러다 보면 조그마한 혈관들이 터져 코피가 흘러나오게 된다.

코 점막을 촉촉하게 적셔주던 콧물이 말라붙은 것이 바로 코딱지이다. 코딱지가 생기면 그것을 파내기 위해 코를 자주 후비게 되고, 그러다보면 코피가 나는 일도 잦아진다. 따라서 코가 마르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습기는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는 좋은 방법이다. 가습기가 없을 시에는 방에 빨래를 널어 두고, 실내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면 문을 조금 열어두면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코 점막이 잘 말라서 코피가 나는 것이라면 바세린을 이용한다. 면봉에 바세린을 묻혀서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을 때 손가락 끝이 닿는 부위에 발라준다. 아침과 자기 전에 한 번씩 발라주면 일시적으로나마 효과가 있다.

특별히 건조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코피를 자주 흘린다면 몸속을 살펴야 한다. 코피가 자주 나는 아이를 진찰해보면 유난히 코딱지가 잘 생긴다. 이는 코의 점액이 부족하고 잘 말라붙는다는 뜻으로, 폐의 진액이 부족해서 열기가 많거나, 또는 신장의 음기가 부족해서 화기가 위로 치솟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때는 해당 장부의 기능을 보강해주고 열이 뜨는 것을 막는 한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뒤로 젖히거나 틀어막지 말고 목 숙인채 콧등 양쪽 눌러줘야

▶응급처치 요령
=코피가 나면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코피를 꿀꺽 삼키게 되어 속이 메스꺼울 수 있고, 자칫하면 기관지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또 휴지나 솜으로 코를 틀어막는 것도 좋지 않다. 코피가 배출되지 못하고 코 안으로 역류해 고이게 되고 마르면 비염 및 축농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코피가 나면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콧등 양쪽을 1~2분간 지긋이 눌러준다. 이때 목은 앞으로 숙여야 한다. 그 이유는 코 쪽으로 흐르는 동맥과 정맥의 일부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콧등에 얼음주머니를 대면 코피를 멎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코피가 나면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엄마가 당황하면 아이는 더욱 겁을 먹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의 코피는 나봤자 그리 많이 나오지도 않으니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재성 생활건강연구소 소장
이재성 박사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MBC라디오동의보감을 인기리에 진행했으며, 경희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생활건강연구소(www.leejsung.com)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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