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출산 후에 부기가 안 빠진다며 고민을 하는 산모들 중에 살찐 것과 부은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부은 것은 몸에 수분이 축적된 것이고, 비만이란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것이다. 살찐 것을 부은 거라고 우기지는 말자.

제때에 적당량 골고루 먹고 백일쯤 지나면 운동 시작을

산후에는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신체적인 이유가 있기는 하다. 산후에 기혈이 부족해지고 신진대사가 저하되다보니까 몸이 붓기도 쉽고 군살이 붙기도 쉽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인 문제만이 산후비만의 원인은 아니다. 몸이 바뀐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뀐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바뀌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습성이 변한다. 임신부터 산후조리까지 1년은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몸이 무겁고 힘드니까 몸을 잘 안 움직이게 되고, 움직이기 귀찮기도 하니 차츰 게을러진다. 아이를 낳고 나면 더 이상 옛날의 그 사람이 아니다. 습성이 바뀐 것이다.

둘째, 식성이 변한다. 임신 막달 쯤 되면 태아가 밑으로 하강한다. 그전까지는 뱃 속의 아기가 위장을 밀고 있어서 조금만 먹어도 치받쳐서 먹기가 어려웠었는데, 막달이 가까워지면서는 자궁이 밑으로 하강하면서 별로 불편하지 않게 된다. 이때 식욕이 되살아난다. 방심하면 식성이 변한다. 옛날엔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어가며 천천히 야금야금 먹었었건만, 아기를 몇 낳다보니 다리 사이에 양푼을 끼고 밥 비벼가면서 숟가락으로 퍽퍽 퍼먹게 된 것이다.

셋째, 상황이 변한다. 직장을 다니던 여성들이, 출산 후에는 집에서만 지내면서 활동 반경이 줄어든다. 기껏해야 방과 거실, 그리고 베란다만 오가는 상황이 되니 살이 찔 수 밖에.

이렇게 여러모로 변화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작전을 잘 짜야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6개월 이내에는 출산 전의 몸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산후 6개월이 될 때까지 군살이 붙은 채로 그냥 지나가면 그 후에는 살을 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살을 빼야 하는 이유는 날씬해 보이고, 예뻐 보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찐 살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것이 온갖 성인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살빼기의 두 축은 절식과 운동이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들이 밥을 제 때에 챙겨먹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굶었다가 소나기밥을 먹기도 하고, 힘드니까 밥은 안먹고 빵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아지진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집어먹기도 한다. 어렵더라도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제 때에, 적당한 양을, 골고루 먹는 것. 이것이 성공하는 살빼기의 가장 핵심이다. 아이스크림, 과자, 빵, 이런 것으로 마음을 달래면 안된다. 정 입이 심심할 때는 토마토나 오이 같은 것으로 입을 달래거나 시고 새콤한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그 다음은 운동이다. 출산한지 백일 정도가 지나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다. 아이 때문에 도저히 밖에 나가서 운동을 없다는 것을 알기나 아는가. 하지만 무작정 운동을 포기하는 그 순간, 살들이 달라붙는다. 여건이 되면 집에 러닝머신을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고, 소형 스테퍼를 하나 사두고 텔레비전 볼 때마다 올라가서 밟는 것도 좋다. 또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제자리 걸음을 걸을 수도 있다.

집안에서 하는 가사활동, 이것 역시 살찌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균형잡힌 자세로 청소를 하는 것, 빨래를 너는 것,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는 설거지, 이러한 활동도 무시할 게 아니다.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 아름다운 건강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재성 생활건강연구소 소장
이재성 박사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MBC라디오동의보감을 인기리에 진행했으며, 경희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생활건강연구소(www.leejsung.com)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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