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기침은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런데 이 증상은 나쁜 게 아니라, 아주 기특한 인체의 방어기전이다. 기침이 나는 이유는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서이다. 가래가 생기는데 기침을 안해서 가래를 못 뱉어내면, 기관지도 나빠지고, 폐도 나빠진다.

기침엔…무·도라지, 몸살엔… ‘파 듬뿍’ 콩나물국

그래서 기침은 “폐를 지켜주는 개”라는 말까지 있다. 감기 걸렸을 때 무조건 기침이 안나게 하는 약만 쓰면, 오히려 병을 키우는 셈이 된다.

기침 멈추려면 가래 묽게 만들어야

기침을 멈추려면 우선 가래를 묽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꼭 기침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가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려면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따듯한 보리차를 하루에 10잔 정도 마시면 좋다.

그리고 주변의 공기가 건조하면 가래가 더 찐득찐득해지므로 가습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기침감기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는 무다. 동의보감에 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위로 치밀어 오르는 기를 내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기침 감기에 무를 쓸 때는 강판에 갈아서 그 즙을 짜먹어도 된다. 또는 무를 얇게 썬 뒤에 그 위에 조청이나 꿀을 좀 부어놓으면 무에서 맑은 물이 빠져나온다. 이 물을 마시면 기침 멎는데 그만이다.

두 번째는 도라지이다. 도라지는 폐의 기운이 막혀 있는 것을 흩어주고 통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가래가 끓고 기침이 많이 날 때는 가래가 배출되는 것을 도와주고, 가슴부위에 기가 뭉쳐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 때 도라지를 먹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물 1리터에 도라지 말린 것을 20g, 감초를 8g 정도 넣고,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달여서 하루에 두세 번 정도 나눠 마시면 된다.

만약 감기 끝에 다른 증상은 다 나았는데 기침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이건 폐의 음기가 손상되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그저 기침약이 아니라 폐의 음기를 북돋아주고, 손상된 정기가 회복시키는 치료를 해야 한다.

열이 높을 땐 땀 많이 내는게 좋아

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힘든 감기가 바로 몸살 감기이다. 으실으실 추운 증상은 아직은 병이 몸에 겉부분에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를 표증(表證)이라고 한다. 이럴 때는 땀을 내면 열이 확 풀어진다. 몸살 걸리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풀어서 맵게 먹은 다음에 이불 뒤집어쓰고 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효과 있다. 옛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다.

콩나물국을 끓일 때 고춧가루만 쓸 것이 아니라 파를 듬뿍 넣어서 끓이면 더 좋다. 파 중에서도 아랫부분에 있는 하얀 부분이 약이 되는 부분이다. 한의학에서는 총백(蔥白)이라고 한다. 총백은 따듯한 약성을 가지고 있고, 그 맛은 잘 알다시피 맵다. 그래서 몸 안에 들어가면 상하와 안팎을 두루두루 통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밖으로는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안으로는 양기(陽氣)를 통하게 해주기 때문에 감기를 물리치는데도 좋고, 또 요즘 같은 겨울철에 음식을 만들 때 파를 많이 사용하면 몸을 따듯하게 보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콩나물국 1인분을 기준으로 할 때 파 밑둥지 다섯 개 쯤 쓰면 된다.

뒤통수 밑부터 목줄기 따라 지압을

감기 걸리면 뒷목이나 뒤통수가 뻐근하고 아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어깨 목덜미에 있는 근육을 주물러주면 시원해진다. 특히 목의 위쪽 끝과 뒤통수가 만나는 부분에 감기에 특효가 있는 경혈점들이 많다. 뒤통수 바로 밑에서부터 목줄기를 따라서 꾹꾹 지압을 하고, 이 부위를 따듯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주머니나 핫백을 베고 눕거나, 또는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해서 뜨끈한 바람을 쐬어줘도 좋다. 감기 걸렸을 때는 휴식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이제 쉴 때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시고, 이런 신호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자.
이재성 생활건강연구소 소장
이재성 박사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MBC라디오동의보감을 인기리에 진행했으며, 경희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생활건강연구소(www.leejsung.com)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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