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댁의 건강밥상

올해도 새해 첫 아침을 일자봉에서 맞았다. 어느새 세 번째다. 산골에 들어와 금방 맞은 첫 번째 새해, 우리는 집 가까이에서, 그것도 경북에서 제일 높다는 산 꼭대기에서 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제일 먼저 볼 수 있어, 산 이름도 일월산에 봉우리 이름은 일자봉이다. 첩첩이 겹친 산 능선 너머 먼 바다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그 장엄함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도시에서 내려온 친지들과 함께 지켜본 올 해맞이는 더욱 감동이었다. 서울 시절, 우리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칼바람 부는 산에서 새해의 첫 날을 맞곤 했다. 그때 함께 산에 올랐던 후배들이 가정을 이루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새해 첫 해오름을 지켜본 것이다. 해를 바라보며 나는 그이들과 함께 올랐던 산들을 떠올렸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이어진 산들과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 산들을 우리는 함께 넘었다. 

산꼭대기에 마련된 천막 식당에서 먹는 떡국의 맛 또한 각별했다. 코가 떨어져 나갈 듯한 추위 속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국을 호호 불며 먹는 맛이라니. 꽁꽁 얼어 서걱거리는 김치도 꿀맛이었다. 달걀 지단에 김 고명까지 준비한 주최측의 정성에 조카 내외는 박수를 쳤다.

그렇게 시작된 호사가 종일 이어졌다. 바리바리 챙겨온 재료들로 후배들이 특식을 준비한 거였다. 점심 상에는 굴밥이 올라왔다. 바닷가가 고향이라 온갖 해물에 정통한 후배가 얼마 전에 개발한 것이라 했다. 밥 짓는 내내 후배는 조리대 앞을 떠나지 않고 시간과 냄새를 체크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면서 후배가 내놓은 조리법은 듣기에는 간단했다. 쌀을 씻어 30분쯤 불린 후 두툼한 냄비나 솥에 앉히고 물은 평상시보다 조금 적게 잡는다. 쌀 위에 콩나물을 듬뿍 얹어 밥을 짓다가 뜸을 들일 때 생굴을 살짝 얹어 익혀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것. 무와 버섯을 넣어도 좋단다. 콩나물 굴밥은 대성공이었다. 생굴은 싫다던 아이들까지 한 그릇을 뚝딱 비웠고 굴 냄새와 간이 살짝 밴 누룽지까지 동이 났다.

저녁은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탕. 돼지등뼈는 물론 들깨가루까지 준비해 온 섬세한 후배 아내 덕분에 강아지들까지 포식했다. 첫날이 이렇듯 푸짐하니 올해 농사는 틀림없이 대풍이리라.

양성댁 강분석
앙성댁 강분석(52)씨는 1997년 봄 서울에서 충북 충주시 양성면으로 귀농, 지금은 경북 봉화로 이사해 귀농 12년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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