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이 다문화에 대한 개념정의 없이 각 부처별로 경쟁적·중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다문화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 관련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약 5개월간의 현장조사 등을 통해 ‘다문화정책의 추진실태와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8개 부처·지자체 정책 중복, 관련 법체계 정비 서둘러야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이 다문화에 대한 개념정의에서부터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법무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각 부처마다 경쟁적·중복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문화와 관련된 법률이 ‘결혼이민자’ 또는 ‘다문화가족’이나 ‘다문화자녀’ 등 특정 대상에 집중, ‘다문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전체적 시각이 반영된 법률로는 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입법조사처는 아울러 정부의 다문화 관련 정책을 분석한 결과 한국어교육사업, 교육자료 및 프로그램 개발 사업, 교육인력 양성사업, 축제·문화체험 등 행사성 사업에서 일부 중복현상이 나타나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발견됐다며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의 개선방향으로 법체계 정비 및 정책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법교육지원법’, ‘문화예술진흥법’ 등 14개 법률에 근거해 법무부, 복지부, 농식품부 등 8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문화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업무가 중복되고 각 부처별 사업의 연계도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령 및 정책주진체계의 정비가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다문화사회기본법(가칭)’을 제정, 다문화사회의 정의 및 정책시행 원칙, 인종에 대한 차별금지와 다문화 행정서비스의 기본사항 등을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이어 다문화정책과 관련된 중앙부처간 역할 분담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정책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을 요구했다.

보고서에서는 지자체의 다문화 관련 서비스 효율성 제고와 격차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됐다. 다문화정책을 일선에서 추진하는 지자체의 경우에도 업무 추진부서가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행정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결여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에 다문화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입법조사처는 “이주여성들이 거주 자격을 얻거나 귀화하기 위해 한국인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거주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위한 개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정수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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