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전국사회부장

프로메테우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류의 은인이다. 그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리자 제우스를 속이고 불을 훔쳐 인류에게 다시 불을 가져다 준다. 불의 발견이 인류 발전에 공헌한 역사를 볼 때 그는 불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통해 한단계 발전한 인류를 상징하는 징표다.  프로메테우스는 또한 신과 사람에 관한 미래 지식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때문에 제우스는 그에게 자신의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한다. 분노한 제우스는 그를 코카서스 지방의 큰 바위에 묶어놓고 독수리로 하여금 간을 쪼아먹게 하는 형벌을 내린다. 밤이면 다시 간이 회복돼 그는 매일 거듭되는 처절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죽임으로써 구원을 받는다.

인류를 위해 가혹한 형벌을 감내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양심적 지성의 상징으로 비유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도 불을 가져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그의 행동 때문이다. 그의 얘기는 진실이 승리하는 대표적 케이스이자 진실을 밝히는 언론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진실을 구하는 노력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로도 비유된다.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기 시작한다’고 했다. 미네르바란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아테네 여신과 같다. 하루가 지나고 황혼이 깃드는 저녁이 돼서야 비로소 그 하루를 돌이켜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사태가 많이 진행되고 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인식하는 인류의 우매함을 비유한 말이다. 매번 허구에 속는 사람들에게 주는 격언이다.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경고성 은유다.

시대는 암울하다. 길고 긴 터널에 들어와 있다. 경제는 어렵고 서민들은 힘들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한다는 소리가 높다. 쌀값 폭락을 견디다 못해 농민들이 자식 같은 벼를 갈아엎는 것을 놓고 ‘200만원 짜리 쇼’라고 말하는 관료에게 농업정책이 맡겨지고, 이것을 대서특필하는 보수언론이 지배하는 사회다. 진실을 말하는 자에게 재갈이 물리어 지는 한국판 매카시즘의 선풍이 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어떤 고통을 받는다 해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의 양심이 있다. 부당한 권력을 거부했던 진실의 역사가 있기에 그 암울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울려 퍼진 ‘쌀대란 해결, 협동조합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의 함성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보내는 경고다. 농업을 살리겠다는 대안 제시 없이 정국 주도권 다툼에만 혈안이 돼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고의 뜻이자 앞으로 지속될 투쟁의 시작이다. 총인구 대비 농가인구 비중이 6.6%로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농심이 지지하면 정권을 잡았고 농심이 떠난 권력은 오래 가지 못했던 역사의 교훈을 보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