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전국사회부장

요즘 각종 선거 때 유권자들이 투표를 잘못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 일이 많다. 선거 때문에 낭패를 당하는 일은 정치인에서부터 지자체, 교육감, 농·축·수협 조합장, 각종 단체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기가 찍지도 않은 인물이 당선돼 자신의 이익과 정 반대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물론이고, 당선된 측을 찍었다 하더라도 그 인물이 지지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그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역사를 재앙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특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사람은 2년이든 5년이든 법이나 규정으로 임기를 보장받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게 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상당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물론 문제가 있을 경우 탄핵이나 주민소환 같은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대상이 제한적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유권자들이 길거리로 나가 퇴진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권력과의 피나는 싸움을 넘어야만 한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민초들이 권력을 개혁할 수 있는 길이란 선거 아니면 별로 없다.

애초 유권자들은 선거 때 출마자의 배경, 자격, 공약을 찬찬히 살펴서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만한 사람인지 철저히 검증한 뒤에 투표소에 가는 게 최선의 길이다. 공약 한 번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저 남들이 찍으니 나도 될만한 사람 찍는다는 식의 투표행태는 유권자 자신은 물론 해당 사회나 조직을 망조에 빠뜨리는 지름길이다.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농어촌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선거는 농·축·수협 및 산림조합 조합장 선거다. 내년 6월2일의 지방선거가 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당장 집중해야 할 것은 각 지역마다 진행 중인 조합장 선거다. 농협의 경우 올해 388개의 조합이 선거를 치렀거나 치러야 하고, 내년 3월까지 472개 조합에서 선거가 있다. 수협은 올해 27곳, 산림조합은 105곳에 선거가 집중된다. 농어민들은 이번에 올바른 선택을 통해 자신이 주인인 조합의 조합장을 올바른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

그동안 협동조합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보다는 농어민의 조합이 아니라 임직원의 조합으로 전락,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 더 크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는 조합원 참여보다는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임직원들이나,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대신 통제하고 이용했던 정부에도 문제가 있지만, 농어민들이 일부 지역에서 조합장을 제대로 뽑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인 농어민들이 뜻을 모아 올바른 인재를 조합장에 앉혀야 한다. 학연·지연·혈연에 얽매이거나, 금품·향응에 넘어가거나, 그 지역 유력 정당의 이해를 생각하거나,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식의 묻지마 투표를 지양해야 한다. 조합장이야 말로 조합원 농어민의 대표이자 협동조합 운동가로서 자질이 있어야 한다. 잠시 동안의 고민이 몇 년, 아니 수십 년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합장 선거와 투표과정은 한편 축제이면서도 한편 무시무시한 선택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조합 개혁도 조합장이 호응하고 스스로 개혁 의지가 있어야 이뤄지는 일이다. 선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개혁을 바라는 것은 그 개혁의 한계를 지어 놓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번 만큼은 심사숙고해서 진정한 일꾼을 조합장으로 세워야 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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