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옛말…소비 부진에 ‘급락’

이달 초 가격 호조를 보였던 절화시장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최대 소비시기가 연달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에 허덕이면서 이른 시기에 냉각기를 맞이했다. 출하가 집중되는 동시에 수입 물량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소비는 4월 말보다 큰 차이가 없어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5월 11~16일 경매 실적을 보면 장미는 16만6602속, 속당 평균 가격 2446원으로 지난 4~9일에 비해 속수는 65% 증가했고 가격은 8% 하락했다. 카네이션은 같은 기간 9만1887속, 속당 평균 2942원으로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속수는 53% 감소한 반면 가격은 15% 떨어졌다.



양재동 등 수도권도매시장으로 출하 집중
크게 늘어난 수입물량까지 한번에 쏟아져

▲5월초 출하 집중=4월 초중반 불안정한 날씨와 화훼가격 하락으로 출하량이 줄어든 가운데 일부 농가들의 고품질 출하효과가 나타나면서 당초 5월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어버이날 전인 5월 4일까지도 예년보다 10% 이상 오르는 등 높은 가격을 형성했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출하되는 화훼가 높은 가격대를 보인 양재동 화훼공판장과 화훼농협 등 수도권 도매시장으로 집중 출하되면서 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5월 6일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총 6000상자 중 490상자가 유찰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유찰률은 10% 정도로 평균 2~3%인 다른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양이다.

이런 가운데 환율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장미, 카네이션 등 절화 수입도 3월 기준 예년보다 100% 이상 늘면서 5월 초반 시장에 쏟아졌다. 국산 절화 출하가 앞당겨진 가운데 출하 틈을 노린던 수입 절화까지 겹친 것이다. 이로 인해 도매가격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이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수태 화훼공판장 수석경매사는 “유찰률이 일시적이긴 했지만 높았고 이는 평균 이 시기를 기준으로 해서 30% 가까이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4월에 출하하지 못했던 대기물량, 시기를 기다리던 수입량 할 것 없이 대부분 한 시점에 출하돼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부진 심각=소비는 그 어느때보다 심각했다는 게 화원업계의 의견이다. 화원협회에 따르면 예년과 비교해서 최대 70%까지 소비가 준 곳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소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예약주문은 80% 이상 감소해 장미, 카네이션 등 절화의 경우 대부분 팔지 못한 채 쌓여 5월 초부터 재고 처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화원협회 관계자는 “5월이 최대 꽃 소비 시즌이라는 것이 옛말이라는 것을 이번에 뼈져리게 느꼈다”며 “화원업계들 사이에서도 올해는 절화값도 높고 해서 활기를 띠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남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등 유사도매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예년 같으면 유사도매시장 가격이 공영도매시장보다 높아 이곳으로 출하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공영도매시장으로 출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유사도매시장에는 물량이 없는데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화훼들이 줄을 이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스승의 날 전날 90%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팔거나 심한 경우 당일 아예 문을 닫는 곳도 꽤 있었다는 것이다.

이영대 절화중도매인협회장은 “이 시기가 되면 유사도매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물량도 몰려 가격 경쟁력을 갖췄었지만 올해는 뒤바뀌었다”며 “그렇다고 조화나 분화류로 대체 소비가 이뤄진 것도 아니어서 올해는 상당수가 꽃을 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