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운 국제부장

국제적 경기침체 장기화를 전망하는 보고서가 잇따르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사고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전통식품 한과 명인에게 들은 수출 의지를 잊을 수 없다. 그는 국내 한과시장을 주도하는 업체의 대표이자 20여 년 동안 한과를 빚고 있는 전문가이다. 지난해 정부의 ‘전통식품 명인’으로 선정된 장인(匠人)이기도 하다. 그는 직접 조청을 고아 강정을 만들고 유과와 약과, 매작과, 산자, 다식, 쌀엿 등을 빚는다. 취급하는 한과만 15종으로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연중 판매되고 우체국 쇼핑의 한과부문 매출 1위를 자랑한다. 

그런 그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수출 의지를 적극 피력해 다소 의외였다. 한과는 입에 달라붙고 오래되면 딱딱해지는 데다 산패의 우려가 높아 수출 유망 품목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한과 수출에 뛰어들었고 해외 판촉전 등을 펼쳤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수출 의지를 듣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고 했다. 현재의 제품으로 일부 국가에서 교포 마케팅에 의존해서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 극복하려는 의지가 가능성과 경쟁력으로 다가왔다.

핵심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다가가는 것. 제품 콘셉트는 입에 달라붙지 않고 딱딱하지 않은 바삭바삭한 한과. 이에 적합한 품목이 ‘강정’이란다. 기름에 튀기지 않아 유통기한이 길고 영양 성분도 많은 데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문제는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기술. 시중에 유통되는 마름모꼴의 쌀강정보다 조금 부드러운 강도의 식감을 갖는 스낵 개발이다. 현재 인근 대학과 산·학 협력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주목받는 식재료 수출도 새로운 사고로 시장개척에 나서는 분야이다. 그동안의 농·식품 수출이 완제품에 집중된 점을 감안할 때 식재료는 음식 원료라는 의미에서 신규 시장이자 가능성 있는 품목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바이어 주문에 맞춘 포장과 브랜드로 충분한 수익성 없이 수출하던 패턴에서 벗어난 ‘블루오션’일 수도 있다. 식재료는 벌크 형태의 대량 공급이 가능해 완제품에 비해 원가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현지 시장의 정밀한 분석과 함께 국내 공급기반 구축 및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다. 이는 세계 식문화 시장을 권역별로 세분화하고, 이에 적합한 품목을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맞물린다. 원활한 식재료 유통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도 아울러 강조된다.

다음은 세계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과 활용이다. 일본의 경우 거류민단 교포가 100만 명으로 전국 지부만 200개에 이를 만큼 기반이 탄탄하다. 이들은 한식 문화를 유지하면서 한식을 직접 소비하는 것은 물론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전파하는 역할까지 1인3역을 수행하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다. 미국과 동남아 등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수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인적 네트워크 활용은 단순한 식재료 수출을 넘어 농·식품 수출 전반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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