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훈 농촌진흥청 배시험장 농업연구사

과수원은 지금쯤 전정이 끝나서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된 기분이다. 이미 밑거름을 뿌린 농가도 있지만 성목 아래에 퇴비를 나란하게  두고 언제든 뿌릴 준비도 해 두었다. 그야말로 모든 배농사 준비를 다 끝내고 꽃피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할 만한 일이 있다. 그것은 농가가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 살포하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 이유를 들어보면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기계유유제는 다른 화학농약에 비해 살충효과가 의문스럽다는 것 그리고 생육기에 해충피해가 나타날 때 약제를 살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석회유황합제도 마찬가지로 꺼리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냄새가 지독하여 작업이 하기 어렵고 살포 후에 방제기구를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덕 시설로 활용되는 철선을 부식시켜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이유에서이다.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는 친환경재배를 지향해 가는 요즘 핵심 방제약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계유유제가 월동성충에 부착되면 대부분 죽게 되고 설령 다른 곳에서 월동성충이 유입되더라도 가지에 산란하는 것을 기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석회유황합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약제가 병원균이나 해충 표면에 부착하면 조직을 물리적으로 깨버리고 황성분이 산화되면서 병해충을 죽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병원균에 있어 포자발생이 현저하게 감소되고 포자 생존율 또한 크게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기에 포장위생 처리약제로 그 가치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는 대상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효과가 좋아서 꾸준하게 애용되고 있다.

이들 약제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약제저항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방제 약제이다. 응애나 깍지벌레와 같은 미소해충은 약제저항성이 쉽게 발생하여 약제방제에만 의존할 경우 약제 사용량과 살포횟수를 늘려도 해충피해는 더욱 늘어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는 과거 10여년 전에 우리 배 재배농가들이 뼈아프게 경험한 사실이다.

봄철 병해충의 밀도를 줄이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선진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초기 병해충 발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구노력을 집중시켜 왔다. 그 이유는 초기 병해충의 밀도는 생육기에 다발생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초기 꼬마배나무이, 응애류, 깍지벌레 등의 해충이동시기와 검은별무늬병 포자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들이 월동장소를 떠나고 병원균이 성숙하여 포자가 흩날릴 때 그 밀도를 적게 하는 것이 병해충 관리의 절반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동계기에 사용하는 전문약제로서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거라 확신한다. 배 과수원의 병해충 관리를 위해 올해 처음 사용하는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는 아직까지 개발된 농약 중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약제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약효 또한 검증받았다. 지금 몇 가지 불편한 이유 때문에 이처럼 소중한 무기를 버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배 과수원에서 기계유유제와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젠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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