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순/경주시 현곡면 상구1리

단숨에 가시기엔 너무 한이 많았을까
마무리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게 분명하다

말없이 웃으시며 처마밑 휠체어에서
고개를 떨구시던 아버지
그러고는 누워 벽 쪽만 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천정을 똑바로 볼 수 있던 날쯤에 부르심을 받으셨다

불효 자식들 원망 한마디 않으시고
자식이랍시고 애타게 불렀지만
편안한 웃음으로 답하시고는 떠나셨다

인생의 무상함이 당연이나 한 듯
분하다 억울하다 탓하지 않은 채
무녀독남 한 평생 유난히도 외로움 타시던 아버지

눈을 감은 지가 한참인데도
오장육부가 모아진 가슴이 따뜻한 것은
아직도 육남매 다독거릴 일이 남았을까

죄송합니다 용서하소서!
저승서 뵈올 때 드릴 말씀 있습니다
아버지 가시는 길은 결코 외롭지만은 않았다구요
정말 성대했노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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