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한 전국사회부 기자

한국농어촌공사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의전과 업무보고로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젠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사장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식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농어촌공사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1일 홍문표 사장을 비롯해 지역농업인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지난 가을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전남지역 농업인들의 걱정이 큰 가운데 농업용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홍 사장의 방문은 지역농업인들에게 큰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준비한 한국농어촌공사전남지역본부의 모습은 이런 농업인들의 기대를 묵살한 채 ‘사장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식의 구태는 물론 그저 자신들의 ‘예산챙기기’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우선 홍 사장이 대한하키협회장이라는 이유로 농업과 전혀 관계없는 광주하키협회장을 토론자로 초청하는가하면 공사 건물 외부는 물론 행사장까지 ‘홍문표 사장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마치 국빈이라도 방문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농업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수장이 가뭄지역을 이제야 방문하며 대책마련에 나서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듯 싶다. 게다가 업무보고에 참석한 농업인단체장들에겐 ‘효율적인 토론진행’을 이유로 순번까지 정해가며 질문지를 나눠주고, 이를 토론장에서 발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질문 또한 흙수로 개선이나 저수지 준설 등 자신들의 사업비 확대가 대부분이었다.

농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뭄에 가슴까지 타들어 가고 있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이제라도 자신들의 모습이 외부에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하기보다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안병한anb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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