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최근 농협이 농협개혁과 시군 유통회사 설립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이란 1조합 1품목 공선출하회와 1시·군 1연합사업단을 2년 이내에 육성해 농협이 농산물 산지유통혁신을 주도키 위한 운동이다. 농협은 출하계약에 의해 공동선별·공동계산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회원제조직인 공선출하회를 2010년까지 1200개 조직으로 확대하고, 중앙회 시군 지부를 중심으로 한 연합사업단을 현행 61개소에서 내년까지 14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157개 시·군지부 중 사업여건이 여의치 않은 17개소를 제외한 79개소를 신규로 육성해 연합사업단의 농산물 취급액을 현재 4907억원에서 내년까지 1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동선별·계산…엄격 품질관리

연합판매사업은 기존 조합별로 판매활동을 수행하던 것을 수개의 조합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판매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판매사업은 출하의 규모화를 통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고 품질 향상, 브랜드화의 효과 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커짐에 따라 산지 출하조직을 압박하고 있으며, 세일 및 PB 상품 강요, 부당반품, 부당 감액 등 각종 불공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간 연합판매사업 체제를 구축하여 산지교섭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합판매사업은 수 년전부터 추진되어 외형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나라 농협의 공동출하는 조합원들이 자기 명의로 출하하고 조합은 차량만 제공하여 단순히 공동수송만 하는 초보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연합판매사업은 기 구축된 조합별 판매체계를 연합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 농가 조직화부터 새로이 시작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출하농산물이 공동선별, 공동계산 방식으로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가 미진한 상태에서 시도단위 광역 브랜드만 부착하여 소비자의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농협에서는 연합판매사업을 부서별 업적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내실보다는 외형적 실적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조직여건 따라 특성있게 추진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간 연합판매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 단위의 공동계산 조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공동선별, 공동계산에 의한 엄격한 품질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시군 단위 공동 브랜드화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단계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주도하여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나 기본적으로 연합판매사업은 일선 조합이 주도하고 중앙회가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협중앙회 및 회원조합이 유통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제약요인은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유통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되어 있는 점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는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유통사업의 성과관리 제도를 개선하여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적절하게 보상받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엄격하게 되어 있는 경제사업 채권관리 규정 등도 현실에 적합하게 개선하여 직원들의 창의적 업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전국 조직으로 발전 비전 모색을

연합판매의 사업 유형도 천편일률적인 모형을 따를 것이 아니라 연합사업 조직의 여건과 조직화 정도 등에 따라 사업단별로 특성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화가 진전된 사업단에서는 거점APC와 같은 공동유통시설을 활용한 공동브랜드 전략이 효과적인 반면, 조직화가 미진한 지역에서는 개별조합이 독자적인 유통시설에서 개별 브랜드를 부착하고 단지 판매조직을 공동으로 활용함으로써 판매경비의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합판매사업은 시군단위의 조직화를 넘어 장차 전국조직으로 발전하여 수급조절 기구로서의 비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별 연합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앞으로 이들이 전국연합회로 발전하여 전국단위의 소비 촉진 및 광고, 국가 대표브랜드 육성 등을 통해 효과적인 수급조절과 품목 발전을 도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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