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다면 ‘투자’ 아니라면 ‘도박’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방울토마토 재배농가입니다. 하우스로 농사를 짓는데 아직 농사 기술 등이 미숙하다보니 아무래도 주변 농가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고민 중입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 겨울에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난방기술이 개발돼 시범 농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 번 이런 사업을 신청해서 비용을 확 줄여 남들과 차별화해 경쟁력을 갖춰 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검증 안된 신기술 성공확률 10%,
실패해도 문제없을만큼 충분한 현금 없다면 시도 말아야


tip
신기술·신농법으로 성공한 농가의 유형
①도박을 한 경우
언론은 성공한 10%만 부각
실패한 90% 보도 안해
무조건 따라했다간 ‘낭패’
②적절하게 투자한 경우
신기술 도입해 실패했을 때
부도 위험은 없는지
유동비율 등 따져보고 투자

먼저 매우 유명한 미국의 한 대기업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그 대기업은 기업을 세운 초기에 자금 부분에서 큰 어려움에 부딪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재무 담당자는 어떻게든 자금을 돌려 겨우겨우 기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재무담당자도 두 손을 들어버리는 날이 오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결재해야 할 청구서는 쌓여있는데 금고에는 돈이 거의 바닥 나 있었습니다. 은행들도 더 이상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답니다. 자금 담당자는 며칠 뒤면 회사가 부도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장님에게 통보했습니다. 그 기업을 세운 사장님도 부도 예정 소식을 듣고 낙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판 도박으로 회사를 구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재무담당자는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장님이 금고에 남은 회사 돈을 모두 꺼내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재무담당자는 사장님이 회사 돈까지 빼돌려 사라졌다고 생각했고 새 직장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최종 부도 전날 사장님은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재무 담당자 앞에 나타났습니다. 회사로 청구된 모든 비용을 결재할 수 있을 만한 돈이었습니다. 일단 그 돈으로 부도를 막을 수 있었고 회사는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재무 담당자는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정말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되었지. 그래서 남은 돈을 모두 가지고 라스베가스에서 회사를 걸고 한 판 했어. 어차피 부도날 것인데 한번 도박을 해본 것이지.” 그 사장님은 남은 돈을 들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도박을 했던 것입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돈을 따서 돌아왔고, 그 돈으로 결국 부도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 회사는 번창했고 지금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모 복권 회사에서 광고하는 ‘인생역전’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본 사장님은 분명 엄청난 성공을 합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본 사장님의 방법은 따라할 만한 방법이었을까요? 혹은 귀 농가는 위의 사장님의 사례를 따라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체 도입농가 중 10%만 ‘큰 돈’

귀 농가에서 질문하신 내용은 사실 위의 사례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최신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은 대개 성공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보통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 성공할 확률은 보통 10%라고 이야기합니다. 좀 다르게 이야기하면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10%가 성공하는 도박에 돈을 거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귀 농가에서 올해 농사는 실패해도 좋을만한 충분한 현금이 없다면, 질문하신 신기술은 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처음 짓는 입장에서 보면 남들처럼 농사를 지어서 수 십 년 농사지은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한 TV 등에서 보면 늘 신기술, 신농법을 적용해서 성공한 농가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귀 농가에게는 신기술을 도입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TV에 나온 신기술, 신농법을 도입해 성공한 농가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신기술, 신농법을 적용하여 성공한 농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박을 한 경우입니다. 성공확률이 10%지만 매우 큰 돈을 벌 수 있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말 그대로 전체 도입농가의 10%는 크게 돈을 법니다. 사실 TV 등에서는 이러한 농가가 신기하고 흥미를 끌만 하니까 이런 농가의 성공을 방송이나 기사로 담습니다. 나머지 실패한 90%는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사나 방송을 보고 따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경영학적으로 전혀 권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유동비율 100% 넘는지 확인을

두 번째는 적절하게 투자를 했던 경우입니다. 실패해도 경영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를 한 경우입니다. 두 번째 방법이 대부분의 일반 기업에서 사용되는 것입니다. 실패를 고려해서 신기술, 신농법에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도박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박과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이 두 가지를 판단하는 비밀은 ‘유동 비율’이라는 것입니다. 유동비율은 유동 자산을 유동 부채로 나눈 비율입니다.

유동 자산은 1년 내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입니다. 지금까지 저축하신 것이라든지 혹은 1년 이내에 거래처로부터 받을 돈 등 1년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뜻합니다. 유동부채는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돈입니다. 1년 이내에 은행에게 갚아야할 빚이나 1년 이내에 거래처 등에 주어야 하는 돈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은 20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실패해도 유동 비율이 100%를 넘는다면 이는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기술 도입이 실패하더라도 1년 내에 갚을 부채보다 더 많은 현금이 있기 때문에 부도가 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기술을 도입하여 실패했을 때 유동 비율이 100%도 안되면 이는 도박이 됩니다. 신기술 도입 실패시 1년 이내에 부도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패했다고 가정해서 계산해 보았을 때 유동 비율이 100%가 안되면 신기술을 도입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도박 아닌 ‘건전한 투자’ 돼야

대부분의 초보 농가들은 신기술을 도입해서 실패했을 때 유동비율을 100%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오래 농사를 짓고 기반을 닦고 저축을 했던 농가들만 신기술 도입이 실패해도 유동 비율을 100%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흔히들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었기에 성공했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남과 다른 독특한 길을 선택했을 때 이는 도박이 아닌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건전한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독특한 길이 실패해도 유동 비율이 100% 이상 유지되는지를 꼭 확인하셔야 할 것입니다.

사실 경영학적으로 볼 때 성공했던 길과 성공하는 길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이나 복권을 사서 성공한 것도 ‘성공했던’ 길이지만 ‘성공하는’ 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좀 더 참고 저축을 하셔서 현금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잠깐 ! 유동비율이란
기업의 유동 자산을 유동 부채로 나눈 비율.
여기서 유동 자산은 1년 내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을 뜻하고 유동 부채는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동 비율은 20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코칭 후기
위 농가를 분석한 결과 모든 하우스에 신난방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1회 농사를 실패하면 유통 비율이 100%가 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위 농가는 신기술 도입이 실패해도 유동 비율이 100%를 넘을 수 있도록, 전체가 아닌 일부 하우스에만 신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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