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과 자치로…되살아나는 마을공동체

농촌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 개방화의 진전과 도시 중심의 불균형성장 결과 활력이 떨어진 농촌을 되살리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농촌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에 의한 다양한 마을가꾸기가 나타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도 확산되고 있다. 농촌마을종합개발, 전원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등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사업 외에도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 경북도의 부자마을 만들기, 진안의 으뜸마을가꾸기 등 지자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토고미·부래미 마을 등
상향식 사업 추진 돋보여
주민-지자체-지역전문가
파트너십 제고 성공 비결


이 사업은 생활권이 같고 발전 잠재력이 있는 여러 개 마을을 소권역으로 설정, 지역의 특성과 잠재자원을 활용해 생활환경정비, 경관정비, 소득기반 확충, 지역역량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 이 사업은 2004~2017년까지 총 1000개 권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2005년에 36개 권역, 2006년에 20권역, 2007년에 40권역이 착수됐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특징은 주민참여형 사업이란 점. 계획수립, 사업 시행 등 전 과정에 지역주민 행정기관, 전문기관, 지역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향식 개발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자체 관련부서장, 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협조합장, 한국농촌공사 지사장, 외부전문가 및 마을지도자가 참여하는 마을개발협의회를 구성, 역할분담과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발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학습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주민참여 의식이 높다졌다는 점이 꼽힌다. 장흥 수문권역 같은 경우 주민들이 자체적인 모금을 통해 도로변 10km에 종려나무 거리를 조성했고, 제주 감산대평권역과 이천 석산, 양평 연수 등에서는 마을 공동사업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주요 시설의 부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동사업을 통해 마을간 대화가 활발하고 쇠퇴했던 주민 공동체가 부활되고 있다는 것.

단양 가곡과 이천 석산의 경우 예술인들이 이주하는가 하면 홍성 문당, 문경 상내, 상주 야무진, 담양 창평 등은 도시은퇴자들이 들어와 인구가 증가했다. 농촌체험 및 도농교류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화천 토고미, 부여 반산의 사례가 있고, 공동소득기반시설을 확충해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한 홍성 무당, 화천 토고미, 남원 혼불문학의 예가 있다. 화천토고미, 이천 부래미, 단양 한드미, 홍성 문당리 등의 상향식 사업추진의 경험은 인근마을까지 확산되고, 장흥 수문, 남원 혼불문학, 예천 회룡포, 부여 반산 권역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 성공의 조건중 하나는 지역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파트너십이다. 농식품부가 2005년에 선정된 20개 권역을 대상으로 2006~2008년까지 3년간 사업 추진에 대해 중간 평가한 결과  최우수 권역으로 선정된 강진 송월권역의 경우도 주민과 지자체, 지역전문가들의 파트너십이 돋보인 경우다.

송월리, 영풍리, 월하리, 월남리 등 4개리로 이뤄진 송월권역은 30호 규모의 한옥 전원마을조성사업을 통해 인구 유치와 지역활성화에 노력한 결과 사업 이전보다 7가구, 29명이 증가했고, 한옥마을과 연계한 민박과 체험행사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권역활성화센터를 활용해 권역 공동축제인 ‘달마지 한마음축제’를 개최하는 등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다. 권역축제 때는 9개 마을 부녀회 36명이 강강술래 모임을 결성,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남도문화제에 출품을 준비중이다. 축제 수익금 3000만원은 강진군 인재육성기금과 경로잔치에 활용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전원마을 조성사업

쾌적한 주거 공간 만들어
도시민 농촌 유입 활성화
2013년까지 300개 조성


농촌지역에 쾌적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조성해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 농촌인구를 유지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의 전원마을사업은 2004년 2곳에 시범 착수 한 뒤 2005년부터 주요 사업으로 시행중이다. 2013년까지 300개지구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현재 97개 지구에서 추진중이다. 지구당 사업규모는 평균 3만6611㎡(약 1만1000평)이며, 평균 가구수는 32가구다. 가구당 평균 부담액은 건축비와 토지비를 합쳐 1억5662만원 정도. 최고는 2억5927만원, 최저는 8390만원 수준. 입주 예정자중 도시가구가 76%, 40~50대가 69%를 차지하는 등 도시민 농촌유입 및 지역 활력 증진을 위한 동력원 역할이 기대된다.

실제 입주자들이 지역공동체 형성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2007년 착수한 진안 학선지구의 경우 입주예정자들이 인근 마을소득사업에 3억4000만원을 출자했고, 입주예정자 2명은 인근 마을 사무장으로 채용돼 활동중이다. 2008년 착수한 상주 동녘지구는 농업기술 연구기관 은퇴자 중심으로 마을을 조성, 지역농업 브랜드 개발, 농민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

마을별 '프로그램' 다채
도시민 방문 해마다 증가
농외소득 증대 효과 톡톡


도시민의 여가수요를 농촌으로 유치, 농외소득 증대를 노리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조성사업은 2002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2007년에는 84개소, 2008년에는 90개소에 대해 지원됐다. 지원규모는 마을당 2억원(국고 50%, 지방비 50%). 지원내용은 체험농장, 산책로, 캠핑장, 마을 안길정비, 마을회관 개보수, 민박,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 사업은 성공마을을 중심으로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뤄져 소득증대와 농촌 활력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 마을 방문객수는 2004년 92만명에서 2007년 157만명으로 늘었고, 마을별 매출액은 2004년 74억원에서 2007년 233억원으로 증가했다.

화천 토고미 마을의 경우 마을지도자, 지자체 공무원, 외부 전문가가 삼위일체가 돼 평범한 시골마을을 전국적인 모범이 되는 마을로 성장시킨 사례. 친환경 농산물의 브랜드화, 폐교를 활용한 토고미 자연학교, ‘나눔의 농사가족제’ 등 다양한 마케팅이 돋보인다. 특히 삼성전기와 자매결연을 맺은 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농산물 판로를 확충했다. 2007년 관광객수는 2만1000명에 매출액이 3억3000만원에 달한다.

이천 부래미 마을은 마을 주민, 출향인, 도예가, 남사당 기능보유자 등 귀농예술인이 뜻을 모아 ‘부래미’라는 마을 브랜드를 창출하고 농촌전통문화와 농사체험이 조화를 이루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출향인 조직인 향우회가 도시민들과의 정기행사, 마을 홍보를 맡아주고 있다. 2007년 방문객은 3만2000명, 매출액은 4억6800만원.

진안 능길마을의 경우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인 인진쑥, 포도, 흑염소 등을 가공, 방문객에게 판매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자매결연기업인 KG케미칼과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폐교를 주민복지센터, 찜질방, 황토방, 족구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7년 방문객수는 1만5000명, 매충액은 2억2100만원.

이외에도 ‘노인들의 정’을 테마로 한 감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양평 신론리 마을, 친환경농업을 통한 ‘도농일심운동’으로 유명한 홍성 문당마을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 성공 키 포인트는 '마을리더'

마을가꾸기의 주체는 주민, 행정, 전문가로 나눌 수 있지만, 1차 주체는 주민이다. 마을가꾸기가 공론화되기 까지는 선도적인 마을지도자, 즉 지역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마을지도자는 진실성과 합리적 사고, 도덕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받는다. 마을 소득사업의 경우 대부분 마을 공동사업이 아닌 개인사업화 경향도 나타나므로 마을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리더의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 낮은 소득 등 농촌 여건상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리더십 교육, 기능별 교육, 인성교육 등 지역리더를 키워내는 교육 훈련이 활성화돼야 한다. 지역재단의 유정규 박사는 “지역주체, 지역리더란 스스로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지역리더가 지역발전의 주체이고, 따라서 지역발전은 지역리더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그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과 정책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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