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농산업부 부장

얼마 전 농업분야에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춘 농업CEO 한 분을 취재하면서 ‘세상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실전 노하우를 절감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3대가 편히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추기까지 그 분의 오뚜기 같은 인생스토리는 취재 2시간 내내 심금을 울렸다. 그분은 지금의 농업계 상황을 너무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잘 아는 사례를 하나 인용했다. ‘1950년대 한 선원이 포도주 운반선의 냉동실에서 얼어죽었다. 그리고 1960년대 구 소련의 한 철도원도 냉동 칸 속에서 얼어죽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냉동칸이 고장 나 냉동기능이 멈춘 상태인 각각 영상 19도와 영상 16도 온도에서 죽었다는 점이다.’ 지나친 걱정이나 위기감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위축을 낳고 위축은 사고의 경직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영상 19도의 실제온도를 영하 30도로 오판하고 죽어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농업도 지나친 위기감으로 인한 경직성이 창의적인 사고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물론 최근 우리 농업분야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 영향권으로 빨려들면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 위축에 따른 각종 농산물 식자재 소비감소와 경제 위기감에 잔뜩 위축된 소비자들이 농산물 구입량을 줄이면서 농업계 한파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될 모양새다.

여기에 세계 경기위축에 따른 원유소비 감소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석유가격은 또 언제 폭등세로 돌아설지 불안하기만 하다. 화학비료 원자재와 사료곡물 등 농업용 원자재도 보유국의 눈치를 보며 우리나라로 수출해 줄 것을 애원해야 할 형편이다. 자원전쟁, 식량전쟁, 무역전쟁, 종자전쟁 등 각종 전쟁들은 언제부턴가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농업의 환경이 영상 19도임에도 영하 30도를 상상하면서 서서히 죽어갈 수 없다. 오히려 영상 30도의 열정과 자신감을 갖고 에너지를 토해 낼 수 있는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상한다는 것은 정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시작점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농업의 창의적 사고가 있어야 모두가 웃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마냥 환상에 매몰된 부정적 상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는 긍정적 상상의 힘이 필요한 시기다. 농업인들의 지나친 경직성과 불안을 씻어주기 위한 특별한 묘수는 의외로 간단하다. 무조건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주입식 강요도 아니요, 모든 농가들에게 보조금을 충분히 주겠다는 현실성 없는 약속도 아니다. 농정에 대한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농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농민이 농정 입안자를 믿을 수 없다면 그 나라의 농업은 더 이상 미래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농민은 스스로 기초체력과 실력을 토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현실적 감각을 갖추고 정부는 우리 농업이 갈 길과 방향이 어디인지 명확한 좌표를 찾는 상생의 조화가 필요한 때다.
이영주leey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