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산업부 기자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이번 정부는 의견수렴을 안하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최근 한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농민단체들이 그간 여러 가지 대정부 요구를 했는데 한마디로 메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달 초 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업종합자금 중 농기계구입자금 소진으로 농기계를 구입하지 못하는 농민이 발생, 영농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함께 최근 진행 중인 농기계 임대사업이 당사자인 농업인의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인 농식품부는 성명서를 냈는지 여부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으며, 농기계은행사업에 대해서도 농협중앙회 관계자가 ‘반대하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냐’ 정도의 문의가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에서도 농기계 구매에 지원되는 농업종합자금 소진과 관련해 의견서를 농식품부에 제출했지만 한농연 관계자가 농식품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한 것은 농협농기계은행사업을 하는 마당에 추가지원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구두로 들었을 뿐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미 FTA와 연계돼 집행이 유보된 26개 FTA 보완대책 추진을 위한 예산 2287억원도 예결위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이도 농민단체들이 한미 FTA와 관계없이 농업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집행을 요구해 온 것들이다. 한마디로 뒤통수 맞고 있는 것이다.

농기계구매에 융자지원 되는 농업종합자금은 이미 소진됐다. 농민의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농협 농기계은행사업은 10월부터 추진된다. 한미FTA와 연계돼 집행이 유보된 2287억원의 예산은 올해 집행될지도 의문스럽다. 그나마 최근 농협을 통해 추가로 농기계구입 융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농업계에서는 정책입안자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는 정책에 잘못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담당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정말 도입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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