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기 전국사회부 기자

배 풍년농사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가격폭락에 판매량마저 급감해 정작 손에 쥐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배 농가에선 일반적으로 추석과 설 등 명절에 맞춰 집중 출하가 이뤄진다. 농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추석을 전후해 생산량의 30~50%를 출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엔 사정이 급변했다. 우선 추석이 너무 빨라 배 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정상적인 수확조차 할 수 없었던 것. 실제 국내 배 품종의 80%를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중만생종으로, 9월 하순경부터 제 맛이 난다. 여기에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배 소비마저 급감하고, 가격은 밑바닥까지 폭락했다.

국내 최대 배생산지인 나주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나주원협에 따르면 올 해 나주지역에선 예년보다 1만톤이 많은 8만톤의 배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추석 판매량은 예년의 20% 수준에 그쳤다. 홍수출하와 경기침체 탓으로 경매가 9000원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에는 과수원을 임대해 배 농사를 짓던 박모(67·전남 나주시 왕곡면) 씨가 가격폭락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자살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씨가 배 200상자(15kg)를 시장에 내놓고 받은 돈은 고작 90만원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이번 추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석에 팔지 못한 물량이 설대목에 한꺼번에 나올 경우 가격폭락은 불 보듯 훤한 일. 지금부터라도 집중적인 배 소비촉진 운동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식사 후 디저트로 배를 제공하자’는 소비촉진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 상황이다.
최상기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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