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혼 깃든 ‘명주’

조정형 명인이 이강주의 밑술이 되는 재래식 소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통 명주인 전주 이강주가 수출시장 확대에 나선다. 이강주(www.leegangju.co.kr)는 술 이름이 알려주듯 배와 생강이 주원료인 약소주(리큐르)로 조선시대 3대 명주의 하나일 만큼 유명하고 술맛도 인정받는다. 지금도 국내에서 빚는 공장이 한곳밖에 없는 유일한 술이다.

2005년 미국 시작 일·중·태국 등 저도주로 공략
수출시장 확대 주력…작년 30만달러 달성 성과


이강주를 빚는 과정은 1차로 누룩을 만들고 고두밥과 섞어 밑술을 빚는다. 이를 1주일 후 소줏고리에 넣어 고도 소주(증류)를 내린 다음 서서히 식혀 알코올 35도에 맞추고 여기에 배와 생강, 울금, 계피, 꿀을 넣어 3개월 이상 침출시킨다. 이를 여과 숙성하면 알코올 25%의 이강주가 되는데 배의 시원함은 물론 향이 강하고 숙취가 없어 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다고 한다.

이강주는 전통식품 명인이자 무형문화재인 조정형(68) 명인의 손끝에서 빚어진다. 원료배합과 숙성 과정이 비결로 조 명인의 손끝을 거쳐야 제대로 된 맛을 낸다는 것이다. 그는 87년 정부 지정 무형문화재 6호이자 96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전통식품 명인 9호로 선정됐다. 99년 농식품부의 신지식 농업인 5호이기도 하다.

조 명인의 이강주는 완주부사를 지낸 6대조부터 전승된 가양주이자 전통주 부활을 위한 신념의 결실이다. 대학에서 발효학을 전공한 그는 64년 삼학소주 연구실장 입사 이후 보배소주, 한일소주 등에서 공장장, 기술고문 등으로 25년을 종사했다. 지난 80년 주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양조 전문가이가도 하다.

조 명인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박물관에서 전통주 문헌을 수집하는 한편 전국을 돌며 전통주를 수집 200여종을 직접 빚어 보았다. 이를 계기로 이강주의 독자 사업에 나섰다. 당시 집안 어른은 물론 친구들까지 극구 만류했지만 90년 이강주 제조를 시작했다. 다행이 88올림픽 이후 민속주 붐이 일면서 백화점 등의 주문이 이어졌다. 지금은 전주시 덕진구 원동 1공장과 완주군 소양면 2공장에서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제품은 전국 16개 대리점을 통해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만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출에 주력한다. 지난 2001년 정부의 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 은상(농림부장관상)에 이어 2005년 설과 2007년 추석 청와대 대통령 선물로 선정될 만큼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요즘은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태국, 호주 등에 수출된다. 올해 2월에는 모스크바 식품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협상중이다. 수출을 위해 2006년 알코올 함량 19% 유리병 제품을 개발했다. 현지 소비자 선호추세와 유통현실 등을 감안해 저도주를 선보인 것이다. 수출실적은 지난해 30만 달러로 시장 확대와 함께 매년 늘어나고 있다.   

조 명인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전통주 품질제고와 함께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수입 와인보다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전통주도 애호할 것"을 강조했다. 조 명인은 아직 할 일이 많다. 평생 숙원인 이강주 명맥보전을 위한 장학재단과 주조전문 특수대학 설립이 그것이다. 자신의 아호를 붙인 '고천(古泉)장학재단'에 재산을 환원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것.

소양 제2공장과 술박물관, 농장을 겸한 1만평 부지가 밑거름이다. 이미 2공장에 100평 규모의 '고천(古泉)술박물관'을 개관하고 전국에서 모은 소줏고리와 누룩틀, 용수, 술 짜는 기구, 함지박 등 1300여 점의 술 빚는 도구를 전시했다. 관광과 체험을 겸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의 (063)212-5765.
문광운moon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