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광운 국제부장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한지 6일로 한 달을 맞는다. 장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강한 농림수산식품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5년 이내 농림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이는 새 정부가 당초 제시한 60억 달러보다 40억 달러나 많은 수치로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이 37억59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5년 이내 100억 달러 수출을 위해서는 매년 12억4820만 달러씩 늘려야 가능한 액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품목별 조직화·규모화를 비롯한 R&D투자 확대, 국내외 수출네트워크 구축, 품목별 수출협의회 결성 등을 제시했다. 또한 수출 지원제도를 개선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물류비를 현실화하는 한편 수출전문조직 육성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수행만 된다면 지난 1960년 1억달러에 불과했던 국가 전체 수출이 1973년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처럼 5년 이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와 수출업체간 유기적 관계를 강조한다.

정부가 원활한 농·식품 수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업체들도 안전성 관리부터 품질제고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신뢰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정부 주최 행사장에서 겪은 사례도 소통의 중요성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사에 참석한 지역 농·식품 업체 사장은 필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연중 가장 바쁜 추석이 코앞인데, 정부가 업체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대표들을 소집한데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수출결의도 좋지만 추석 쇠고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지역에서 식품을 생산해 내수와 수출을 겸하는 중소업체 대표다. 농·식품업체 매출이 추석 등 명절에 집중되는 걸 뻔히 알면서 굳이 대목장사 준비로 한창 바쁜 업체 대표를 모아놓고 행사를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필자가 정부의 농·식품 정책의지가 수출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대내외 의지표명과 업체 결속 차원에서 이런 행사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바쁘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래도 연락을 받고 불참하면 괜히 마음이 찜찜해서 올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행여 나중에 정부 정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잘 해보고자’ 했으나 업체의 불만만 키우는 꼴이 됐다. 정부가 강조하는 ‘현장행정’이 아직 현장에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는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농·식품 수출정책 하나 하나가 생산업체·생산현장과 제대로 접목돼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의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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