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문기 농업부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장의 여진 속에 새로운 농식품부 수장이 된 장태평 장관이 취임 초부터 연일 현장을 누비며 현안 파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자숙하면서 차분하게 내실을 다지려는 분위기 속에서 취임식을 치른데 이어 7일에는 경기도 안성 한우농가를 방문했다. 그는 첫 방문지로 한우농가를 방문한 것에 대해 “한우문제를 기필코 해결하려는 의지로 봐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농어업인 단체장과 식품업계 및 소비자단체 대표들을 차례로 만난 자리에서 장 장관은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정부가 시스템을 뒷받침한다면 농축산물을 세계 명품화할 수 있다”며 “농업이 선진화돼야 진짜로 한국이 선진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장관은 “농식품부 주주는 농어업인이므로 농어업인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취임식에서 밝힌 향후 5년내 농림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를 기필코 달성하고 농식품부의 모든 사업은 농어업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집행하겠다는 의지와 상통한다. 토요일인 9일에는 각 국장들과 현안에 대해 집중 토론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 형식상 토론이지 내심 각 국장들의 성향과 업무 파악여부를 알아보는 테스트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10일에는 경기 이천시 부발읍의 도드람양돈조합과 광주시 초월읍의 화훼 육묘농가를 찾아 현장 애로를 수렴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파와 각종 농자재값 인상에 따른 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치다. 11일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보관돼 있는 검역현장을 둘러보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대회에 참석했다. 앞으로는 수산분야 현장 방문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장 장관의 강한 현장 드라이브에 농식품부 공직자들도 내심 놀라는 분위기다. 현장을 중시할 것으로 당초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까지 일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이같은 장 장관의 행보는 그동안 쌓인 농정불신을 현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불식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장 장관은 ‘원칙’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2004년 농정국장 재직시 복잡한 이해관계로 10년동안 끌어온 ‘농협법 개정’을 뚝심있게 처리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런 원칙에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농림수산식품업을 강한 산업으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과정에서 제기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고 정책 불신 역시 높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농정에 제대로 반영시켜 새로운 도약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농정 수장의 몫이다. 강한 농림수산식품산업을 만들어 나겠다는 장관의 의지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할 법적·제도적 장치 또한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농자재값 인상으로 소득이 대폭 감소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농민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대책도 시급하다. 밑바닥까지 간 농식품부 공직자들의 사기를 올리고 기운을 북돋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문기jungm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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