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평지 다원서 희망이 자라다

진양호 인근에 전국 최대규모로 조성된 사천곤명친환경녹차단지.

호수 곁에 광활하게 펼쳐진 대규모 친환경 평지다원에 우리나라 녹차산업의 새로운 희망이 자라는 곳이 있다. 최근 녹차관광의 새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사천시 곤명면 금서리의 친환경녹차단지가 바로 그곳이다. 사천곤명친환경녹차단지는 약 47.7ha(15만평)로 단일면적 전국 최대 규모. 진양호 둑을 높이 쌓으면서 생긴 남강댐 하도개량지구에 96 농가가 사천녹차원영농조합을 만들고 약15만주의 녹차 삽목묘를 심어 가꾸고 있다.

처음엔 대규모 평지다원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꾼다는 발상에 대부분 고개를 내저었으나 영농조합은 철저한 친환경 과학농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진주산업대학, 진주국제대학, 남해화학, 태평양(아모레퍼시픽) 등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유기물과 미량요소 함량을 엄격히 적용한 주문형 전용 비료로 시비를 하고 녹차 전정기술도 체계화시키고 있다. 보다 철저함을 기하기 위해 참여 농가들은 농지와 노동력을 제공할 뿐, 다원의 농작업과 가공· 판매 등의 모든 경영은 영농조합이 책임지는 구조다.

친환경 농법 실천·기계화로 비용 줄여

이곳엔 녹차 재래종 산업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7가지의 녹차 신품종이 심겨졌다. 이는 생산량 증대, 노동력과 위험요소 분산, 다양한 녹차 맛 제공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10억5000만원어치의 녹차 삽목묘 15만주를 구매하면서 축적한 삽목기술로 녹차 삽목묘를 자체 생산할 수도 있어 녹차농사를 꿈꾸는 내방객들에게 각별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곳에선 승용채엽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곳 다원에 채엽을 수작업으로 할 경우 연간 4만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1인당 인건비를 3만원씩으로 잡더라도 연간 총 12억원이나 소요되지만, 승용채엽기를 사용하면 기사 4명의 인건비만 있으면 된다. 승용채엽기가 생산비 절감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선 기계화된 녹차 가공과정도 둘러볼 수 있는데 차나무에 달려있던 생엽이 1차 가공되기까지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보관됐던 찻잎은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목적과 시기에 따라 2차 가공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선 잎 크기를 선별하는 채별기와 찻잎만 골라내는 색채선별기, 잡티와 미분을 제거하는 풍력선별기를 통해 균일한 품질이 유지된다.

탁월한 색·향·미, 가격도 ‘파격적’

이처럼 수확 후 짧은 시간 내에 가공되고 섬세하게 선별되기 때문에 탕색이 녹황색으로 뛰어나고, 특수한 가향 과정을 거쳐 향기가 탁월하며, 최적의 시비로 아미노산 함양이 높아 맛이 좋다. 녹차 품평을 좌우하는 3대요소 색·향·미를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곳 사천녹차는 ‘다자연’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돼 호평을 받고 있으며, 녹차로서는 전국 최초로 우수농산물인증(GAP)을 획득했다. 특히 잎차의 경우 우전급이 1통에 2만5000원밖에 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녹차의 저가격, 일본녹차의 고품질을 뛰어넘는 것이 다자연녹차의 목표다.


지난달 개최된 제2회 다자연 페스티벌.

새로운 녹차체험명소로 급부상

사천곤명친환경녹차단지는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녹차 체험 명소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일본관광객도 관광버스로 대거 다녀가며 호평을 쏟아냈다. 최근엔 녹차 주산지 농업인들마저 견학을 와 새로운 변화를 배워가고 있다고 한다. 신품종의 녹차 삽목묘를 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귀농을 했거나 꿈꾸는 사람들에겐 특히 인기다.

이에 영농조합은 사천시와 함께 지난달 ‘제2회 다자연 페스티벌’을 대대적으로 개최하며 다례시연, 찻잎따기 경연, 녹차비빔밥 만들기, 수제차 만들기 등의 다양한 참살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곤명면 완사역을 이용한 사천 열차관광 투어도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향후 영농조합은 녹차밭 주변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차문화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다도문학관과 녹차유통센터의 건립, 연꽃단지와 생태공원 조성도 추진 중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사천의 유명사찰 다솔사와 진주의  진양호 유원지, 곤명면의 온천 등과 연계한 광광코스도 개발 중이다.

#이창효 대표이사 / “희망을 심으면 희망이 열립니다”

“희망을 심어 가꾸면 희망이 열린다.”

이창효 사천녹차원영농조합 대표이사가 사무실에 크게 걸어놓고 자신과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거는 문구다.

30대 중반에 농협 조합장을 두 차례나 지냈고 충남 아산 인근의 벤처농업대학교도 졸업한 그는 다솔사 아래서 ‘백설록’이라는 브랜드녹차를 재배하며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업CEO다. 남강댐 하도개량사업으로 생긴 부지를 녹차밭으로 만들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벼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뜬 구름 잡으며 옥답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주민들을 타지 녹차다원으로 데리고 다니며 끊임없이 설득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벼농사보다 나은 수입을 보장하겠다고 확약을 하자 동참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농조합은 농민들에게 이달부터 한 평당 2500원의 수익배당금을 지급한다.

이 대표는 “기존 녹차주산지와의 중복투자를 우려하지만, 사천녹차의 총생산량이 6%밖에 되지 않는다”며 “녹차 소비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하동·보성·제주 녹차가 살아야 사천 다자연녹차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 녹차산업은 중국녹차로 인해 혹독한 시련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왔고 그에 대한 새로운 대안 마련과 실천에 사천 다자연녹차가 앞서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저비용과 고품질, 철저한 안전성과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우리 녹차가 중국의 저가격과 일본의 고품질을 뛰어넘도록 하는 데 열정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구자룡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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