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

1년 전 진주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 후 금품수수 혐의로 약 100명의 농촌주민들이 경찰서로 불구속 입건되는 소식을 접하며 통탄한 적이 있다.

올해도 진해에서 유권자에게 현금 5만~10만원씩을 건낸 사람이 농협조합장 선거 후 양심선언을 하면서 60여명이 경찰조사를 받는 소동이 있었으나 양심선언 번복으로 혐의 입증의 한계를 나타냈다.

농협조합장 선거가 선관위로 위탁됐지만 금품수수 등 본질적인 선거문화의 개선은 여전히 더디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이런 이유로 조합장 출마를 해봤거나 준비 중인 상당수의 사람들은 합법적인 선거운동만으론 당선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잘라 말한다.

선전벽보, 소형인쇄물,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 전화·컴퓨터 통신 중 2가지만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는 현 농협정관은 이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빌미거리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소형인쇄물은 농협 조합장 선거의 경우 선관위에서 우편으로 발송하면서 조합직원들이 직접 배달하던 과거에 비해 유권자에게 더욱 늦게 도착되는 실정이다. 특히 선거당일이나 선거일을 지나 배달될 수 있는 허점을 안고 있다.

정관 개정이 절실한 대목이지만 일선 농협들은 농림부가 고시한 농협정관(예)나 농협중앙회가 하달한 조합임원선거관리준칙(예)를 신주단지 모시듯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어긋나는 정관 개정은 사후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농림부나 농협중앙회에 해당 농협이 괜히 튀어 보일 수 있다며 선거일정은 물론, 선거운동방법 선택 개수를 ‘2개’에서 ‘2개 이상’으로 늘리는 개정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직 조합장들에게 유리한 정관을 애써 바꿀 필요가 없다는 속내가 근저에 깔려 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농협정관은 참신하고 청렴한 새 인물의 조합장 진출을 막는 장애물이자 불법·편법 선거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마취제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고 과열선거 방지라는 취지에 맞도록 금품 타락선거 차단에 효율적인 장치를 갖춘 것도 아니다. 

선거업무 선관위 위탁이 농협조합장 선거문화의 고질적인 악습 개선을 위한 노력의 다가 아니다.

특히 통·폐합으로 과거에 비해 조합원 수가 많아지고 선거대상 지역도 넓어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에 합법적인 선거운동이 당락에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농림부와 농협중앙회가 정관(예) 손질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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