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이 본사 대표이사 상무

오는 28일 식품산업진흥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많은 제정 의미와 중요성을 담고 있지만 이 중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도입이다. 친환경·유기농업 실천농가 입장에선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까지 법적 근거 없이 임의 표시제로 운영되어 오던 유기식품이 올바른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획기적 소비 확대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의 조기 정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년 유예기간 동안 보완 시급

하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의 도입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살리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농림수산식품부가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시행일로부터 1년 지난 후 도입하고, 그 이전엔 시범사업으로 시행한다고 밝혀 이 기간 동안 우려되는 부분을 조기 해결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이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식품의약품안전청과의 관련 법 규정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이다. 인증 절차 없이 생산자 또는 수입업자가 임의로 유기가공식품 등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식약청의 고시가 여전히 살아 있어 그렇다. 식품산업진흥법으로 유기식품 인증제가 도입됨에도 불구하고 식품위생법 고시가 일정기간 존속된다는 것은 임의 표시 수준의 유기식품 유통을 그대로 방치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유기식품 인증제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부분도 크지만 불량 유기식품 유통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더 문제다. 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수입유기가공식품의 67%가 비공식 국제 인증기관 인증서를 부착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봐도 입증된다. 

식약청 관리업무, 농식품부로

물론 식약청은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의 조기 정착이 어려운 데다 유기가공식품 등으로 표기, 유통되고 있는 식품들의 시장 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명분 또한 없다. 오히려 국가적·사회적으로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분명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는 농관원의 유기농산물 가공품인증제와 식약청의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유기가공 식품표시제로 불거진 불합리한 제도를 일원화 한 것이다.

식품산업진흥법이 단일한 유기가공식품인증제를 도입한 이상, 표시제 역시 동시에 변경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식품산업 육성의 의지가 있다면 유기가공식품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려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농림수산식품부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요즘처럼 미국산 광우병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안전한 먹거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부터 신뢰를 보여 주어야 한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도입은 국내 친환경·유기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법 제정 취지에도 맞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친환경 유기농업의 생산 현상을 보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친환경농업 중 유기농업의 비중은 전체 농업 생산량의 0.4%, 저농약까지 포괄하는 친환경농업 범위로 제한해도 7%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는 국내 친환경 유기농업의 발전 보다 수입유기농산물 원료 또는 수입가공식품 위주로 편재될 우려가 높다. 유기가공식품에 고속도로를 내주는 꼴이다.

친환경농업 발전으로 이어져야

실제 유기가공식품의 수입물량은 국내 유기가공품 인증물량의 10.4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웰빙 바람을 타고 대기업들의 수입 참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친환경 유기농업 발전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 제도 시행에 앞서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식품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범사업 기간동안 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 친환경 유기농가들의 기대가 현실적 희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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