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이 본보 대표이사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됐다. 미국 워싱톤 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돼 쇠고기수입이 금지된 지 4년 만에 사실상 전면 개방된 것이다. 정부는 국익이라는 명분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고 하지만 과연 무엇이 국익인지 묻고 싶다. 국민건강과 축산농가의 희생을 담보로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 그렇다.

광우병 소 반입돼도 ‘속수무책’

농민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을 ‘국민 먹거리 안전성 국치일’로 정하고 먹거리 주권을 포기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협상으로 검역수준이 낮아져 광우병에 걸린 소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요인도 여기에 있다. 30개월 미만의 뼈가 붙은 쇠고기를 즉시 수입하고, 미국 측이 동물사료 금지를 공포하는 등 광우병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경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전면 수입하기로 했다. 물론 작년 5월 미국이 172개국이 참여한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기능국가’ 지위를 부여받아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된 뇌, 머리뼈, 척수, 눈 등도 수입할 수 있게 됐지만 과연 OIE 기준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로 지정받은 캐나다에서 최근 12번째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만 봐도 이 기준이 과학적으로 믿을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았어도 강제력이 없는 OIE의 권고를 기준으로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려 협상을 결론지은 것은 잘못된 처사다.

벌써부터 ‘소파동’ 우려 목소리도

우리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이번 협상결과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 한 점의 의혹도 없게 하자는 얘기다. 미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는 것 못지않게 우려되는 파급영향은 농가들의 피해다.

미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미산 쇠고기를 많이 찾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수입산에 비해 가격대비 품질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LA갈비를 비롯해 목 갈비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상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LA 갈비는 지난 2003년 미국산 전체 쇠고기 수입액의 75%(8억4700만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런 사태는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미국 육류수출협회가 고도의 홍보기법을 동원, 우리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상급인 냉장 프라임 쇠고기 판매에 나선다면 미 쇠고기의 국내 쇠고기 시장 석권은 시간문제다.

과거 이런 사태를 경험한 축산농가들은 벌써부터 소 파동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쇠고기 협상타결 여파로 산지에선 소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선 농가에서 소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출하를 서두르려는 불안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축산농가 피해 대책으로 도축세 폐지와 브루셀라병 보상액 상향조정, 음식점원산지표시 단속 등을 마련했다지만 이런 정책으론 한우 등 축산 농가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 그동안 추진했던 정부의 정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농가에 신뢰 주는 정책 찾아야

농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미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더라도 농가들이 안심하고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 말이다. 그동안 수없이 추진했던 한우관련 정책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현실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철저히 따져보자. 농민을 기만하는 정책일랑 그만두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접근해 한우농가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제 곡물값 급등으로 인한 사료값 인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에게 실천 가능한 실용적 정책을 갖고 농가들에게 다가간다면 분명 신뢰를 얻게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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