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촌생활과장 오승영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된 농기구의 발달은 농기계 없는 농업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타 산업에 밀려 농업의 가치가 절하되고 농업인의 복지가 외면당한 부분 또한 없지 않다.

최첨단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농기계도 있지만, 어떤 농기구는 10년, 20년 전 모습 그대로 원시적인 형태의 농기구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농업의 생산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여 농업인의 안전과 편리성이 무시된 채 불편함과 위험함을 감수하고 그대로 쓰여 지고 있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다.

농약을 뿌리고 나면 온몸에 농약을 뒤집어 써야하고, 농작업을 보조할 수 있는 농기구를 사용하고 싶어도 적절한 것을 찾을 수 없거나 그 기능이 미약하여 몸으로 부딪쳐 일을 하다 흔히 골병든다고 하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온몸이 아프고 쑤시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위험한 농기계에 노출되어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업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일을 하려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그들의 안전과 건강을 외면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농업인에게 양보와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업인에게도 각자의 여건에 맞는 편리한 농기계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고, 국제노동기구 ILO에서 건설업, 광업과 더불어 가장 위험한 3대 위험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농업에 대한 안전이 고려되어야 하며, 매년 120~140명의 농업인이 농기계 관련 사고로 사망하고 있는 것을 직시하고 농업인의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사각지대의 농업인에 대한 농작업 안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6년부터 농촌마을에 “농작업 안전모델 사업”을 투입하여 농작업으로 인한 건강문제, 농작업 유해요인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천편일률적인 농기구와 농기계를 농지의 경사와 규모 등 농작업 환경과 고령자와 여성 등 농작업자의 특성을 고려한 인간공학적 개념을 도입한 『농작업 편이장비 지원사업』을 개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고 출발한 농작업 안전사업이지만, 이젠 시골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농촌진흥청에서 보급한 농작업 보조의자와 작업모자를 쓰고 밭일을 하는 농업인이 “이젠 이거 없으면 일 못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아직 풀어야 할 농업인의 농작업 안전문제가 첩첩산중이지만, 일반 사업장에 버금가는 농업인의 안전이 확보되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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