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신 한경대학교 총장

우리대학은 러시아 아무르주에 농업자원을 연구하는 실습농장이 있다. 5000ha가 넘는 이 농장은 우리 대학 소유의 땅은 아니지만, 매년 여름방학 우리 대학 학생과 교직원들은 이 농장에서 지내면서 쏟아질 듯한 여름밤의 별들을 보며 시베리아의 여름을 보내곤 한다. 지난해 겨울방학 중에는 6명의 농대학생들이 3주간 이 농장에서 실습하며 농장주 가족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며 해외현장실습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일본, 80년대부터 해외로 눈돌려

필자가 해외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 일본 유학시절 때부터였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해외농업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며, 앞으로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당시 이미 일본의 대표적 유업회사는 뉴질랜드에 치즈공장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체다치즈나 고다치즈를 수입하여 일본에서 프로세스치즈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일본의 대기업들은 브라질, 호주, 미국 등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20~30년 후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인 투자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식량자급률 27%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생각 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농업의 생산성 제고와 해외 자원개발을 통한 식량 확보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 필자는 2000년 4월 처음으로 러시아 연해주를 가보았다. 투자를 위해서도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새로운 자원 생산지를 찾아봐야 한다는 순수하고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당시 어마어마하게 넓은 평원을 바라보며 속으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넓은 평원에 심겨진 작물들은 수확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늦가을 비 때문에 농작업이 불가능해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넓은 땅이란 이렇게 배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

폭 넓은 농업자원 활용방안 모색

그래서 다시 수소문을 통해 방문한 지역이 현재 우리대학의 실습농장이 있는 아무르주였던 것이다. 지금 이 지역에서는 우리대학 졸업생 박순철 씨가 4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달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번째로 아무르주를 방문 했을 때, 그는 이제 지역 유명인사가 돼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친한파가 돼 있었다. 단순히 자본을 투입해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 아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4년 전 그가 해외에 진출할 당시 무모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또한 이 지역 아모르 주립대학은 우리대학과 공동으로 농업자원개발연구소(가칭)를 만들어 앞으로 한국에 필요한 자원을 개발하는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 아모르주 지역에서 자생하는 약용식물이나 천연식물 등은 인간이나 가축에게 유용한 것이 많다. 더욱이 아직 이 지역은 자본력이 부족해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우리가 선호하는 친환경 조건을 만족스럽게 갖추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필자는 아모르주가 우리와 가까이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해외 농업개발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국내에 들여와야 한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해외의 농업자원을 폭 넓게 활용한다면 우리 농업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우리 대학의 실습농장처럼 미래 젊은 농업인력들에게 더 넓은 경험과 지식을 쌓게 해 줄 것이다.

지역 사람들과 인간관계 구축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곡물가격을 보면서 지금까지도 살아왔는데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아갈 형편이 아니다. 이제 농업도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없다. 돈만 있으면, 해외에 땅을 사서 농사지으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의 해외 진출은 백발백중 실패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농촌지역에 들어가서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먼 옛날 우리의 선배들이 찾았던 역사적 사실도 있는 곳, 이제 우리의 다음세대가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야 할 이곳에 올 여름에도 우리 대학 젊은이들은 다시 한번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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