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함열읍 심재오 씨

전북 익산 함열읍 석매리에 지은 지 5개월도 안된 종계 농장에 살처분 지시가 떨어졌다. 지난 22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농가에서 채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 29일 새벽 2시 28주령을 맞은 약 5만수 종계의 살처분·매몰 작업이 끝나고 텅빈 종계 앞에 선 심재오씨(43)는 심신이 모두 지친 모습이다. “3일 동안 한숨도 못잤어요. 5개월 전에 24억원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28주령으로 키워 아직 첫 출하도 못했는데 인근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 대상이 되었으니 뭐라 할말을 없네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순간에 애지중지 키우던 종계를 잃고 할 일을 잃은 심재오씨는 다섯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해 왔는데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걱정이라며 근심 가득한 얼굴이다. 더군다나 살처분은 끝냈지만 아직 보상금조차 받지 못한 상태이고 2003년 AI 발생 당시 살처분 보상비를 알아보니 종계 28주령이 수당 1만3950원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그는 “28주령에 1만3950원이라니...이거 원가도 안되는 금액이에요. 사료비, 약값 등 오로지 사육에 들어가는 돈만 1만2000원~1만3000원이었고 최고 피크기를 맞아 종란 한번 빼내지도 못했는데...”라며 정부의 살처분 보상금액에 대해 볼멘 소리를 냈다. 또 “앞으로 6개월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다시 입식한다 해도 7개월은 또 기다려야 하는데 14~15개월 동안은 뭐 먹고 삽니까”라며 “생계안정자금이니 머니 하는데 푼돈 쥐어주고 어떻게 직원들 월급주고 하겠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살처분·매몰 현장을 바라보기도 괴로운 듯 이내 고개를 돌리며 심재오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듯 말을 건냈다. “내 뜻대로 보상을 다 받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 앞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기간을 견디고 다시 재기할 수 있을 만큼의 실질적인 보상이 피해 농가들에게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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