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지금 우리의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여진다. 곡물자급도가 낮아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사료곡물 포함)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애그플레이션의 여파로 곡물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발생 가능한 위기상황 적극 대비

축산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료값 및 유가상승과 아울러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한미 FTA,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이 맞물려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DDA협상의 진전과 FTA의 확산에 따라 농업부문의 시장개방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농업부문의 위기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경쟁력이 취약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농업부문의 위기상황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 있는가 하면 돌발적인 것도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바이오에너지 개발이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나 한겧?FTA 문제도 정확한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 예정된 수순을 밟아 왔다. 예견된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대책팀을 가동하여 미리 다양한 대처방법들을 강구할 수 있다.

위험정보 교환 활발히 이뤄져야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이 돌발적인 상황도 있다. 돌발상황에 대해서도 화재나 홍수처럼, 사안별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추어 놓고 차분히 대처하면 피해를 줄이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농업분야에도 이러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정책의 주요부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큰 위기나 사고나 닥치면, 농업인은 물론 국민 모두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사후 수습에 훨씬 많은 물자와 노력이 소요된다. 예방시스템을 잘 갖추고 미리 미리 대처하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곡물자급도가 낮지만 대비에는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그들은 유사시에 대비하여 농협이 미국 등 주요 곡물수출 국가에 컨트리 엘리베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남아도는 벼의 사료화를 위해 다년간 연구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유럽형 직접지불제를 도입하면서도 식량자급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생산장려를 가미한 품목횡단적 지원정책을 도입하였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위험 정보교환(Risk Communication)의 기능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부안군에서 큰 홍역을 치렀던 저준위 원전 폐기물 매립장이 어떻게 경주시에서는 시민들의 환호 속에 유치될 수 있었는가? 바로 위험 정보교환의 노력 덕이다. 농산물의 안전성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정보가 차단되거나 잘못 전달되면 안전사고 발생시 소비자들은 극단적인 소비행동을 표출하게 된다.

정보 투명공개·대처 방안 마련을

2003년 말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시 소비자들은 크게 불안에 떨며 닭고기 소비를 기피하였다.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였어도 많은 소비자들이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덜 줄었다.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그룹에게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정보로 무장하고 있을 때, 위기상황이 닥쳐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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