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의 중국통신]산서성 수양현 고랭지채소 주산지<2>

평균 해발 1,100m이상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수양현은 10월 중순부터 이미 겨울의 문턱에 있었다. 고랭지 채소의 출하가 끝나는 10월 중순부터 다음 해 3월 초순까지 5개월여의 시간은 수양농민들에게 말 그대로 농한기이다.

유통업체·도매상 필요 물량 인근서 조달·공급
대부분 현지서 활동…다른 지역 진출 드물어

수양현 농업국 관계자는 “농민 가운데 일부는 겨울 한 철 탄광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은 마작을 하거나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시설재배 등 농한기 일감을 검토해 보았지만 만만치 않다. 고지대이기 때문에 겨울철 시설재배가 비용만 많이 들고 실수입은 높지 않다는 것.
수양현에 위치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20대의 한 청년은 혼자서 7ha 규모의 고랭지 채소를 생산한다. 막 출하가 끝나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시장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왔다는 것. 수양농민 가운데 실제로 산지수집상을 겸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산지 농민조직화와 농산물유통체계가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중국에선 현지 농민이 수집상을 겸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듯하다. 대량거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산지를 찾는 유통업체 또는 도매상들은 현지 농민을 통해 필요한 물량을 공급받고, 농민은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거래를 추진한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농민은 자연스럽게 산지수집상이 된다.
수양농민 가운데 수집상을 겸하고 있는 농민도 대도시 도매상이나 유통업체의 주문에 따라 필요한 품목과 물량을 인근 농민으로부터 조달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 수집상은 현지에서만 활동하며 다른 지역까지 진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부 수집상 가운데는 수양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과 단경기에 필요한 농산물을 다른 지역에서 구입하여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도 있다.
수양현 신태평촌의 한 농민은 2002년 도매상의 권유로 양배추를 재배하여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주위농민에게 종자와 재배기술을 보급하면서 참여 농가가 확대되자 채소협회를 설립·운영하게 되었다. 협회의 기능은 참여 농가에 각종 농자재를 제공하고, 생산한 채소의 대도시 유통을 중개하는 것.
수양현 흑수촌은 촌 대표가 직접 산지수집상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마을에는 870여명의 농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생산한 양배추는 촌 대표를 통해 상해와 소주 등 대도시로 판매된다. “양배추를 구입하기 위해 이 마을을 찾은 대도시 상인과 촌 대표가 처음 거래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마을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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