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정신, 농업서도 통하죠”

오색의 낙엽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10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주말을 이용해 수많은 가족들이 배 밭을 찾았다.

주렁주렁 열린 배나무를 배경으로 조그만 무대가 만들어지고 여느 음악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악단들의 연주가 배 맛처럼 감미롭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열린 배따기 체험 축제의 기획자는 현명농장 대표인 이윤현(60)씨.
깔끔한 옷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를 보고 대뜸 농사꾼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웬지 어색하다. 중소기업 사장, 부농...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농민임에 틀림없다.

●봄에는 배꽃 축제, 가을에는 배따기 축제

지난 2003년부터 봄에는 배꽃 축제, 가을에는 배따기 체험 축제로 소비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명농장의 배를 한번 쯤 먹어 본 소비자들이 1년에 2번 정도 배 밭에서 체험을 하면서 농심을 만끽하는 것이다.
이윤현씨의 배와의 인연은 34년전 화성으로 이사하면서 시작됐다. 아니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자리에서 3대째 배농사를 지었던 조상들을 감안하면 태어나기 전부터 배는 그의 삶이다. 7만2600㎡(2만2000여평)의 적지 않은 배 밭의 2000여 그루가 넘는 배나무는 도시의 친구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 때 자식처럼 귀하게 키운 자연의 재산이다. 1년에 7억원이 넘는 중소기업 뺨치는 소득을 얻으면서도 자연과 함께 고품질의 배를 키우는  장인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최고의 배’ 생산 일념으로 34년 ‘한 길’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맛 있는 배를 공급할까? 라는 고민은 손수 친환경 퇴비를 만들고 세계특허의 과일 보호용 봉지를 만드는 계기가 됐고 이제는 배로 만든 즙과 고추장, 캔디, 칩, 막걸리 등 웰빙 배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까지 발전됐다. 단순히 배를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품질의 배를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주기적인 농장체험행사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도를 높인다. 배 맛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배 밭까지 이어질 뿐 아니라 지역 문화단체와의 협력으로 농장을 통한 지역가꾸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명농장의 배는 현재 서울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판매될 뿐 아니라 일부 대만과 일본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배를 생산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배나무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배를 맛보고 최고라고 평가할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윤현씨는 “돈에 집착했다면 부동산 갑부가 됐을 것”이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농사를 지으면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농업계 석학·전문 농업인들과 지속적인 교류

먹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농업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윤현씨. 그는 벤처농업대학 뿐 아니라 평생대학원 등 석학들과 전문 농업인들과의 교류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틈 만 나면 외국에 나가 농업시장의 흐름과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도 취미생활처럼 됐다. 최고의 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틈만 나면 외국 나가 새 아이디어 수집도

2003년 신지식농업인, 국제특허 낸 과일 보호용 봉지와 저온저장고 자동환기시스템 개발 등 배 재배관련 특허와 실용신안 39개 획득, 국무총리상과 신한국인상, 경기도으뜸이상 등이 그의 배 재배 흔적들.
어떻게 보면 탄탄한 농민인 그도 FTA 등 시장개방의 피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려와 걱정을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앞으로 농업시장은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최고의 고품질 배를 생산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뚝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이윤현씨는 배농사로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농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이윤현(60)씨는

서울 압구정동에서 3대째 배 밭을 경작하다 지난 1973년에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7만 2600㎡(2만2000여 평) 새로운 배농장을 만들어 고품질 배를 생산하고 있다. 2002년 국무총리상을 시작으로 신한국인상(97년)에 선정됐고 2004년에는 신지식농업인 선정과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으뜸이상을 받아 명실공히 고품질 배 생산농민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부터 봄(배꽃축제) 가을(배따기 축제)를 열어 행사 때마다 100여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농장을 찾는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수료하고 미래상상연구소 회원 등 끊임없는 연구 노력으로 5개 이상의 배 가공품과 일본, 대만 수출도 진행 중이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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