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폐업 속출, 축산물값 계속 떨어지는데 자고 나면 오르는 사료값…

경기 안성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농장 폐업을 결정했다. 2년전 낙농에서 한우 번식농가로 전업한 그는 송아지 가격이 최근 마리당 200만원대에 불과하는 등 급락한 반면 배합사료가격과 조사료가격은 급등하는 등 축산업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아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도 그의 폐업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이후 26%나 뛰어
미쇠고기 수입 재개도 주원인
규모 클수록 ‘경영난’ 더 심각

농장을 포기하려는 이유를 묻자 A씨는 “볏짚 300kg짜리 한 롤의 가격이 4만2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상승했고 배합사료가격도 지난해부터 30%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사료비, 전기료,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 220만~230만원을 받아야 조금 남지만 송아지값은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생활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영이 더 악화되기 전에 그만두려는 계획이다.
A씨처럼 최근 폐업을 결정한 축산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당장 폐업은 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 농가들의 설명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2월 이후 19만여호를 유지해오던 한·육우 사육농가수는 9월 현재 18만8000호로 전분기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우농가는 18만2000호로 전분기대비 1.6%, 전년동기대비 2.7% 줄었다.
다른 축종들의 하락폭은 더 크다. 낙농가의 경우 9월 현재 7800호로 전분기 대비 1.3%, 전년동기대비 8.2%나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1만1000호를 유지했던 양돈농가 숫자도 전분기대비 2.9%, 전년동기대비 10.5% 감소한 1만200호에 불과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규모가 큰 농장들이 폐업 또는 전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충북에서는 약 1000두 규모의 육우농가가 최근 한우농가로 전업했다. 사료가격이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약 26%나 급증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및 축산물 가격하락, 민원 급증 등으로 축산업을 영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현재 돼지 마리당 19만2000원으로 생산비(약 20만원) 이하에서 형성되는 등 축산물 가격하락도 농장 폐업 가속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 파주의 양돈농가도 “생산비는 상승했지만 돼지값은 떨어지면서 규모가 큰 농장일수록 경영난이 더욱 심각하다”며 “파주에서도 일부 규모있는 농가들이 폐업을 준비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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