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진 전국사회부 기자

요즘 우리농업은 가히 자조(自助)금 홍수시대라 일컬을 만하다. 한우, 낙농, 양돈, 오리, 산란계, 육계, 사슴에 이르기까지 축산자조금만 7종에 이른다. 이뿐인가. 쌀, 과수, 친환경농산물, 심지어는 난(蘭) 자조금까지 있다.
이제 자조금은 농민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아주 익숙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라디오나 TV광고로 접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눈과 귀로 매일 접하긴 하지만 광고 끝머리 멘트로 나오는 자조금의 실체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도대체 광고주는 누군지, 광고의 배경은 뭔지 등도 궁금할 것이다.
자조금은 개방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농민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자조금에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우리농업의 뼈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우농가와 양돈농가들이 한푼 한푼 모아 소비를 촉진하고 그래서 제대로 값을 받기 위해 만든 피와 땀의 산물이다. 
한우자조금만 올해 120억원이다. 정부가 50억원을 댔고 한우농가들이 70억원을 만들었다. 양돈농가도 돼지 한 마리를 처분할 때마다 꼬박꼬박 자조금을 낸다. 그러나 자조금은 정작 농민들의 자력구제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얼마전 만난 충북 보은군의 한 양돈농가는 “폐농하는 게 낫겠다”고 한탄했다. 수입축산물과 치솟는 사료값 때문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손실이 크다고 했다.
자조금 홍수시대에 정작 농촌에선 자조섞인 한탄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당국이 농민을 구하고 농업을 구제할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자조금은 방송국만 신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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