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동 교수와 떠나는 농촌마을 여행/ 충남 보령 원산도

충남 보령시의 대천항에서 출발하는 연락선을 타고 30분만 가면 충청남도 관내 섬 중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인 원산도에 이르게 된다. 섬의 생김새는 마치 한자의 ‘뫼 산(山)’자를 떠올리게 하는데, ‘山’자의 각 획에 해당하는 섬 곳곳에 10여 개의 자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원산도 1리와 2리, 3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주민들이 490여 가구에 1,100명을 헤아리는 제법 큰 섬이다.

선착장이 있는 선촌 마을 전경. 건너편에 효자도가 보인다.

10여개 자연마을에 490여 가구 ‘옹기종기’

원산도는 조선시대에는 수군이 주둔하던 진(鎭)이 설치되어 있었고, 조운선의 정거장으로도 이용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관련 유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진촌과 관가(터)라는 지명 속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원산도는 ‘뫼 산(山)’ 자의 위(북)쪽과 아래(남)쪽에 서로 다른 생업 환경을 제공한다. 굴곡이 심한 위쪽은 갯벌이 발달해 있고, 아래쪽에는 모래사장과 해안절벽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은 위쪽 해안 가까운 곳으로 집중 배치되어 있다. 최근에는 연안의 가두리양식과 김양식, 갯벌을 이용한 바지락 양식의 비중이 커져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바지락 양식의 성행은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적 관계를 강화하고 양식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여성들의 발언권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가두리·김·바지락 양식이 주요 생계수단

그러나 원산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인근의 보령화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가 원산도까지 영향을 미쳤다. 우선 연안어업과 양식업이 타격을 입었고,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아황산가스는 농업 작황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1995년 이후 원산도민들은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보상투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오늘날에도 이는 주민들에게 큰 숙제의 하나로 남아 있다.

섬 전체, 해양 스포츠·휴양단지로 개발 계획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섬 남쪽의 모래사장이 해수욕장으로 개발된 데 따른 것이다. 원산도에는 원산도 해수욕장, 오봉산 해수욕장, 사창 해수욕장 등이 있는데, 아직은 개발 과정에 있지만, 육지에서 멀지 않은데다가 아직 때묻지 않은 섬마을에 대한 기대가 겹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런 변화를 배경으로 최근에는 대천에서 원산도를 거쳐 안면도 영목에 이르는 연육교 공사가 구상되고 있고, 나아가 섬 전체를 해양 스포츠·휴양 단지로 개발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발 계획들은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우려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원산도가 명실 공히 서해안의 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섬사람들과 행정 당국의 세심한 주의와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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