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 기자의 문화나들이/ 퓨전 음악극 ‘국밥(COOK_POP)’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양지머리 고기를 푹 삶아 밥을 말아 훌훌 먹는 국밥. 값도 싸고 먹는 게 튼실해 아주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 23일까지 공연되는 퓨전 음악극 ‘국밥(COOK_POP)’의 솥뚜껑을 열면 삶의 희노애락이 맛깔나게 담겨 있다. 그 명성은 바다 건너에도 소문이 나 10월에 열리는 일본 고베아시아 국제연극제에 초청됐다.

탤런트 강부자씨(사진 왼쪽)와 명창 신영희 씨(사진 오른쪽), 그리고 연극배우 손봉숙 씨가 열연하는 연극 '국밥' 에는 우리네 삶과 애환이 담겨 있다.

국밥집떡순이 아주매의 희노애락

▲줄거리=한 국밥집에 욕쟁이 할머니가 있다. 이 국밥집 주인인 할머니는 국밥을 먹으러 온 사람에게 갖은 쌍소리와 욕으로 손님을 맞는다. 그런데 듣기 싫지 않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되려 그 욕과 쌍소리가 재미있어 몰려든다. 할머니의 욕에는 가슴 속 체증을 확 풀어주는 통쾌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국밥집의 떡순이 아주매의 입담을 통해 국밥만큼이나 지글거리고 맛깔나는 음담패설과 외설의 솥뚜껑을 열어 판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이 아주매 역시 격변하는 한국사의 뒤안에서 이름 없이 시대의 한 모습을 살아온 소시민이다. 그녀의 세월 속에는 풍진에 시달린 한국사의 나이테가 새겨있다. 그저 광대처럼 희희낙락 웃어넘길 수만 없는 할머니의 고된 인생 여정. 이는 어쩌면 고달팠던 한민족 근대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욕쟁이 할머니 ‘떡순이’ 역은 탤런트 강부자와 연극배우 손봉숙이 번갈아 열연한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은 느낌

▲힙합과 판소리의 만남=노래는 정신이다. 흥이며 한이다. <국밥>은 명창 신영희 씨의 전통적인 창과 젊은이의 힙합이 서로 만난다. 판소리와 힙합은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정신이 ‘저항’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판소리는 서민의 저항정신을, 힙합은 흑인의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국밥>에서 판소리와 힙합이 공존하는 것처럼, 한국의 과거와 현재, 전통사회와 산업사회가 공존 속에서 여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판소리는 한국인의 삶을 노래에 담은, 마음의 소리다. 구수한 국밥집에서 더욱 구수하고 애처로운 창을 통해 한국인의 삶을 보여준다. 걸쭉한 판소리와 욕쟁이 할머니의 욕을 듬뿍 먹고 나면 남성 힙합가수 케이 파워가 젊은 감각의 랩으로 5·16, 새마을운동, 전태일 분신 등 묵직한 현대역사를 들려준다. 이 둘은 절묘하게 어우러져 놀랍게도 깊은 맛을 자아낸다. 국밥 한그릇 먹은 것처럼 가슴이 뜨끈하고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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