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바나나 수출국 명성, 대지주·다국적 기업만 배불려

필리핀은 세계무역기구 다자간 협상에서 케언즈 그룹에 속한 농업 수출국으로 주요 농산물 수출 품목은 코코넛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다. 특히 필리핀은 세계 다섯 번째 바나나 생산국 및 세 번째 바나나 수출국(2003년 현재 총 3억5천7백만349천불 수출)으로 한국의 경우 바나나의 거의 전량을 필리핀에서 수입하고 있다.

말스만(Marsman Estate Plantation, Inc.) 바나나 재배 미국계 기업은 필리핀 다바오 지역에서만 약 1,000명의 근로자를 고용, 약 1,025 ha 에 이르는 토지에서 바나나를 재배해 돌이나 델몬트에 바나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돌·델몬트, 토지 분배 소농과 불공정 계약 체결
농민들 “생산·마케팅 권한 없이 빚만 남아” 불만

하지만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바나나 수출로 인한 대부분의 이득은 대지주 및 다국적 기업의 손에 들어가 필리핀 농민들의 불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바나나 수출을 독식하고 있는 5개 다국적 기업은 유나이티드 브랜즈(United Brands), 치퀴타(Chiquita), 델 몬트(Del Monte), 피프스(Fyffes), 노보아(Noboa). 특히 치퀴타 브랜드로 알려진 돌(Dole Food Co.)과 델 몬트(Del Monte)는 필리핀에서 생산된 바나나와 계약을 체결한 후 수출을 하는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다.
코로나도 마푸젠 유기농 생산자 및 수출업자 협동조합(OPEC) 대표에 따르면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1995년 들어와 기존 고용을 통한 바나나 재배에서 토지개혁을 통해 토지를 분배받은 소농들과 계약을 체결, 바나나를 생산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마푸젠씨는 “최초에 이들은 필리핀 정부와 바나나 생산기술, 유통, 수출관련 법적문제를 용이케 하기 위해 바나나 재배 농가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러나 필리핀 바나나 재배 농가는 다국적 기업들과 불공정한 계약방식으로 빚만 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계약재배를 형식을 통해 기존의 골치 아픈 단체협약을 맺을 필요 없이 필리핀 농가와 협동조합 형식으로 불공정 계약을 맺어 이윤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에스트렐라 페뉴니아 에스더 아시아 농민연합(AFA) 사무총장은 “대지주 및 다국적 기업들은 필리핀의 농업개혁을 지능적으로 피하기 위해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해 주는 대신 생산에 대한 계약을 맺어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은 여전히 근로계약하에서 바나나 생산 및 마케팅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롤리 아반도 필리핀농촌인력개발기구(PhilDHRRA) 과장은 “농업개혁으로 인해 농민들에게 분배된 토지 중 계약재배를 통해 바나나를 생산하는 토지는 무려 60%가량이며 이에 반해 농민 주도의 생산자 농협이 관리·생산하는 토지는 40%밖에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2004년 들어 필리핀 최대 바나나 재배지인 다바오 지역 바나나 협동조합들은 상호 연대를 강화, 파업을 단행해 다국적 기업들과 계약을 폐기하고 OPEC과 같은 강력한 연합체를 조직해 생산은 독립적으로 하고 다국적 기업들에게 신선 바나나를 공급하고 있다.
마푸젠씨는 “현재 OPEC의 경우 일본 수입업자들과 직접수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국과도 중간유통기업 및 상인 없이 생산자 협동조합간 혹은 개별 농민간 구상무역(Barter Trading)형식의 교류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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