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농업생산 쥐락펴락’, 종자·기술지원 약속 외면 ‘폭리만’

필리핀의 대대적 농업개혁이 실패 위기에 처해 있다. 다국적 기업의 폐해로 대대적인 농업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는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필리핀이 직면한 농업부문의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필리핀 농민연합(PAKISAMA) 회원들이 필리핀농업개혁프로그램(CARP)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농업개혁부(DAR) 건물 앞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농업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해외직접투자 유인이라는 명목하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농업생산까지 다국적 기업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이런 필리핀의 현실은 한미FTA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13일 국제 NGO 단체 및 아시아 농민연합 대표들, 300명의 필리핀 농민들은 퀘존시티에 위치하고 있는 농업개혁부(DAR) 건물 앞에서 필리핀농업개혁프로그램(CARP)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정부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를 가졌다.
필리핀은 지난 1986년 필리핀농민연합(PAKISAMA)의 주도로 인민권력혁명을 일으켜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1988년 대대적인 농업 및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필리핀 정부는 약 3000만 ha에 이르는 국토 면적의 약 33%인 800만 ha미만의 토지를 소농들에게 분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농들에게 분배된 토지는 대부분 정부 소유이거나 부농들의 자발적 매매를 통해 이뤄졌다. 또 이들 대부분은 생산성이 없는 토지거나 시장 근접성이 전혀 없는 지역이었다.
생산성이 높거나 설탕, 코코넛, 바나나와 같은 필리핀 농업의 주요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는 대지주들이 그대로 소유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소유하에 여전히 남게 됐다.
특히 바나나재배를 할 수 있는 토지의 경우 토지개혁을 착수 한지 17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소수의 특권 지주나 다국적 재배기업의 소유로 남아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에스트렐라 페뉴니아 에스더 아시아 농민연합(AFA) 사무총장은 “최초 다국적 재배 기업들이 투자시 재배 농협의 바나나 생산을 위한 안정적 시장 확보, 다양한 종자 제공, 기술적 지원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몇몇 다국적 기업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양질의 제품만을 매입하는 등 그들 자신의 이익만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토지 개혁으로 인해 수혜를 받은 소규모 농민들 중 빈곤율이 여전히 무려 45%에 이르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또 몇몇 다국적 재배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농가와 불공정 계약을 맺어 폭리를 취해 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리핀 정부는 정부 주도의 마케팅 전략이나 지원정책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에스더 총장은 “아직 농업개혁이 종결되지 않았으며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예산을 다시 배정토록 하는 새로운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여러 농민 단체 및 NGO 단체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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