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선생의 교단일기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도움반 장애학생이
환한 미소와 함께 건내주던 팥빙수.
그래, 장애학생, 비장애학생일뿐,
너희는 똑같은 우리반이란다.

최근 들어 학교 교육은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따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들을 일반 학급에 편성, 오전에는 일반학급에서 똑같이 수업하고 오후에는 ‘도움반’이라고 해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이 따로 장애학생들을 모아놓고 수업하는 ‘통합수업’으로 학교수업을 진행한다.
장애학생들 입장에서는 사회에 나가면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면에서, 비장애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돼 배려와 봉사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교육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우리 반에도 도움반 학생이 두 명 있다. 장애학생을 처음 맡아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도움반 선생님과 수차례 대화를 하며 비장애학생들과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장애학생들과 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판단됐다. 그래서 그 후 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똑같이 대했으며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에서도 똑같은 학생으로 엄격하게 했다. 어찌 보면 학생들의 수학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불공평한 처사로 보일지도 몰라 장애학생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교육 효과를 고려해 그대로 추진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얼마 전이었다. 도움반 학생 중 한 녀석이 아침에 출근하는 나에게 “선생님, 우린 도움반이 아니에요. 3학년 산업기계과에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팥빙수가 든 검정색 비닐봉지를 건넸다. 비오는 날 팥빙수를 건네는 그녀석의 행동에 다소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그녀석의 고마운 마음을 흔쾌히 받아들고 교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아침부터 뿌듯한 마음에 다른 선생님들께 한번 맛보시라고 팥빙수를 들고 돌아다녔다. 선생님들은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비오는 날에 무슨 팥빙수냐며 손사레를 쳤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팥빙수라는 나의 설명에 모두들 한 입씩 드시고는 “야~ 정말 너무나도 따뜻한 팥빙수네 그려! 비오는 날의 팥빙수야~”라며 한마디씩 건넸다.
잘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의 학급운영에 오히려 팥빙수까지 선물하는 우리 반 그 녀석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또한 앞으로 졸업까지 나는 지금처럼 우리 반을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녀석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희 둘은 도움반 두 명이 아닌 우리 반 31명 중에 두 명’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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